가끔은 모성이나 본능이라는게 허깨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오늘같이 버려진 새끼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벽틈 사이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합판을 뜯어내 보니 꾸물꾸물 움직이는 작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세 마리는 죽어 있었다. 흙으로 고이 고이 잘 돌아가라 묻었다.
두 마리는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큰 탈은 없단다.
우유와 요구르트를 타서 먹이면 괜찮단다.
작은 주사기로 조금씩 조금씩 먹여보지만 영 시원찮다.
그래도 우는 소리가 조금 우렁차게 들린다.
그런데... 이 녀석들 어떻게 해야하나.
키울만한 데를 알아보지만 쉽지가 않다.
고양이를 기겁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이를 어쩐다나...

 

오늘밤 젖을 먹이려 고양이 에미가 찾아오면 좋으련만.
아마도 에미는 이맘때쯤 시골길 아스팔트 위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로드킬된 시체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 모성과 본능이 허깨비가 아니라는 위안을 줄테니까.

 

그런데 새끼 고양이 우유를 먹이고 트럼을 시키는게
꼭 사람 새끼 키우는 것 하고 똑같다.
딸내미 갓난아이 시절이 어렴풋 떠오른다.

 

막 태어나 태반이 벗겨지지 않았던 강아지를 보며 겁을 내던 딸내미가
주사기로 우유를 먹는 고양이 새끼들에겐 귀엽다며 안아보려고 한다.
딸내미, 아빠가 너 키울때 어땠을지 너도 고양이 키우며 겪어볼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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