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아침 일찍 일어난 딸내미.
느닷없이 냉장고 앞으로 가더니 "아빠, 아이스크림 먹을래."
뭐라? 지금 아빠 간을 살짝 보는거니?
"안 돼!!!"
아이스크림 먹는게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흠흠.
"지금 아이스크림 먹으면 아침밥 안먹을거잖아. 안돼"
"아니야, 아침밥 먹을거야."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먹어"
"싫어, 싫단 말야."
"아빠가 못먹게 하는게 아니잖아. 아침밥 먹고 먹으라 했어."
딸내미 눈치가 이젠 구십구단이다.
아빠가 절대 양보않겠다는 목소리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린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휙 집어넣더니
"아빠, 미워! 미워!"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방으로 휙 들어가며 문을 닫아버린다.
아~ 밉다는 그 말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딸내미가 뭘 하나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이런! 누가 지침서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한테 가르치는걸까.
나 삐졌다는 것을 이불을 뒤집어쓰는 걸로 표현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걸까.
"얼른 밥 먹자. 그럼 아이스크림도 얼른 먹을수 있잖아. 자~ 놀이터구조대 뽀잉도 보고."
살며시 이불 밖으로 나온 딸내미는 언제 그랬냐는듯 컴퓨터 앞에서 애니메이션을 쳐다보느라 넋을 놓는다. 밥도 잘 먹고.ㅋㅋㅋ.
가슴에 콕 박혔던 밉다는 말이 빠져나온다.
티거태걱. 이렇게 아빠와 딸은 정을 쌓아가는 것일까.
갑작스레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미움 받지 않으려 살아왔던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미움'이라는 단어.
내 사전에 최대한 싣지 않으려 했던 그 단어가 딸내미를 키우면서 자리를 잡으려 한다.
슬슬 나도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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