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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브루스터 닌 지음, 안진환 옮김 / 시대의창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미국의 곡물 메이저인 카길에 대한 집중해부를 담고 있다. 카길의 비공개된 자료들과 세계 각지의 지사들을 찾아내어 감추어진 모습들을 들춰내는 지난한 작업을 해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계 곡물시장과 비료시장, 벌크제품 등등의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룡으로서의 초국적기업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부분에서 이 책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카길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산비료를 생산한다. 그 비료로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생산하고, 이 대두는 식품과 기름으로 가공된다. 가공된 대두상품은 태국으로 충하되어 닭고기 사료로 쓰이고, 이 닭고기는 다시 가공 처리되거나 조리된 후 포장되어 일본과 유럽의 슈퍼마켓으로 출하된다. (51쪽)
카길의 전략은 위의 인용에서 모두 드러난다. 만약 한 국가내에서 고기의 수요가 줄어든다거나, 작물의 흉작 등으로 손실이 예상될 경우라 하더라도 비료 또는 곡물과 기름의 1차 생산품과 가공처리된 고기 제품의 상호보완으로 절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다. 한 국가내에서 보완이 안되더라도 상관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확보된 집하창고와 운반수송의 능력으로 국가간의 이동으로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카길은 절대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나 또는 투자 대상국이나 지방정부의 공적 자금을 끌어들여 지원금을 받거나 지분을 확보한다. 그리고 토착 자본과의 합작을 통해 통제권을 행사할 정도로만 투자함으로써 언제나 자신의 몸뚱아리를 훌훌 털고 일어날 채비를 갖춘 상태에서 투자 대상국에 쳐들어간다.
그리고 그 지역의 곡물시장을 지배하는 방법은 가히 놀랄만하다. 소규모로 들어가 집중공략으로 가격을 떨어뜨리고 파산 직전의 회사들을 인수해 부피를 늘려간다. 농민을 위한다는 종자의 보급은 자신들의 비료를 써야지만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절대로 자가 수정을 통한 세대전달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겉모습으로 보게되는 카길은 생산자는 더 많은 돈을 받고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곡물을 제공받도록 돕는듯이 보인다. 그러나 카길의 이런 부가가치에 대한 생각은 우선적으로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제신물을 들춰봐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농가의 소득이나 지역 사회의 경제적 안정, 시민의 건강 또는 정의와 평등이 아니다.(30쪽)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비판에 대한 충분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책의 대부분은 어떻게 카길이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이런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무엇일가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물론 책 중간중간에 이 해답에 대한 힌트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집합적 기업농업, 자본집약적 생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독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쓰여진 글처럼 느껴진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추측해보건대, 카길의 공략은 그 나라 곡물의 단일화 생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날씨나 그 밖의 환경에 의한 흉작이나 가격하락으로 말미암아 그 단일작물로 인한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거나, 경제적 또는 정치적 이유로 종자의 보급이나 비료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될 경우, 식탁은 외부에 종속되어진다. 밥상의 지배란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단일화 경작을 위한 땅의 수탈, 그리고 대농장으로 인한 노동력의 상실 등등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또한 맨 첫 인용문에서 보여지듯 최종산물에 대한 수요는 선진국 사람들만의 혜택으로 돌아가고, 맨 처음 생산했던 농민들은 항상 빚더미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더 많은 돈이 생산자로 흘러들어간다는 논리는 생산하는 농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공장에 돌아가는 것이며, 이 공장 또는 농장은 카길의 소유하에 놓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튼 책의 수고스러움에 감사해하면서도 카길의 독점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한 접근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 부분은 책에서 얻은 힌트를 가지고서 세계화의 문제와 맞물려 상상의 힘을 펼쳐 독자 스스로 얻어야만 할련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