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28일 - 때때로 소나기

 

어제, 오늘 한 일 - 신축하우스 점적호스 깔고 멀칭, 방울토마토 정식, 방울토마토 수확

 

여름에 토마토를 키우는 건 어렵다고 한다. 밤 온도가 25도가 넘어서는 열대야가 찾아오면 토마토 꽃가루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가루가 없으니 벌이 온다 한들 수정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오늘 신축 하우스 2개동에 35센티미터, 40센티미터 간격으로 3400여주를 심었다. 원래 목표는 2주 전, 늦어도 1주 전이었지만 한참이나 뒤처지게 됐다. 무더위와 가까워졌으니 수정이 이루어질 지 걱정이다. 그래서 차광제를 사용할 생각도 있다. 차광제를 사용하면 3~4도 정도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차광제를 뿌릴 시간이 허락될지도 의문이다. 워낙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방울토마토를 230킬로그램 수확했다. 얼룩이 30킬로그램, 녹색 10킬로그램, 노랑이(조황) 50킬로그램, 핑크체리 대추 70킬로그램, 핑크체리 70킬로그램이다. 이것도 일손을 사서 겨우 해결했다. 그런데 그 일손이란 것이 아주머니 한 분과 70대 할머니 두 분이다. 36도를 넘어서는 하우스 안에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일을 할머니들이 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할머니를 구하는 것도 농번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빌린 일 손도 어제 예정됐다가 뺏긴 것이다. 시골에서 노동력을 구한다는 건 이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할머니들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숙소로 돌아오면 시골 노동력의 또다른 모습과 대하게 된다. 지난주부터 숙소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미얀마 청년들이다. 퇴비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신선놀음처럼 보인다.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은 덕분에 그야말로 악덕 기업주를 만나지 않은 이상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들어온 이들은 여유롭게 책도 읽고 멀리 떨어진 가족들과 장시간 전화통화를 한다. 반면 아침 6시나 7시부터 시작해 저녁 8시, 9시에 겨우 일을 끝내 녹초가 된 연수생들은 밥먹고 잠자기에도 빠듯한 하루다. 설마 이주노동자를 부러워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할머니와 이주 노동자, 이게 농촌이 지니고 있는 노동력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것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노동력 대신 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감자를 캐느라 이곳저곳에서 아주머니와 할머니로 이루어진 열명 남짓의 품팔이도 기계 하나로 대체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 캐기에서부터 수확, 선별까지 가능한 기계가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소농들의 농사에 대한 생각은 기계 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을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람 없는 시골, 기계만 돌아가는 시골, 상상이 가는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여지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멀지않아 우리 눈앞에 닥칠 현실일 수도 있음을 절감한다. 그러나 이것을 걱정하는 이는 세상에 드물다. 이미 시골은 먼 풍경에 있고, 사람들은 그저 마트에서 돈만 건네면 시골이 내어 놓은 산물을 마음껏 집어갈 수 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