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25일 - 하루 종일 쨍쨍, 저녁 9시부터 비
오늘 한 일 - 잔디 정리, 신축 하우스 한 개 동 점적 호스 설치, 다른 한 개 동 유박 뿌리고 스프링클러로 10분간 물 줌.
오늘은 오전에 현장농민연구원 탐방이 있었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성기남씨 농장이다. 비가림 하우스 2400평 중 1200평을 고추농사 짓고 있다. 물론 유기농이다. 그리고 물론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여년 전부터 남들이 안된다고 말하는 고추 유기농을 시도해 성공하신 분이다. 평당 10만원 가까이 수입을 올리실 정도로 경지에 달하셨다. 이날 탐방엔 김미화씨와 쌈지농부 천호균 고문 등도 참가했다.
2년에 한 번 유기농 축분을 주고, 철저히 윤작을 하며, 농작물의 부산물은 갈아엎어 땅으로 되돌려 땅심을 키웠다. 그래서 웬만한 병충해는 그냥 놔두어도 큰 피해없이 넘어간다고 한다. 다만 진딧물은 그 피해의 정도가 심해 할 수 없이 담배 훈증을 한다.
성기남씨가 말하는 기술적인 부분도 도움이 됐지만 그분이 말하는 삶의 철학도 가슴에 와 닿았다. 고추를 키우면서 우주를 본다는 그의 말은 고추를 키우는 것이 사람을 키우는 것과 닮았다는 뜻이며, 모든 생명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성기남씨가 말씀하신 것 중 가장 가슴을 울린 부분은 쓸만한 놈들만 고르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에 잘 난 놈들만 잘 났다고 살 수 없듯, 고추도 못나고 부실해 보여도 다 품어 안으라는 것이다. 그가 고추를 파는 방식 또한 그래서 특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이런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만 고추를 내어준다는 것이다. 즉 좋은 것, 특별한 것만을 쫓는 사람들에겐 고추를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못나도 내 자식이요, 잘나도 내 자식이듯, 사람을 자연을 생명을 그렇게 부모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참사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