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20일 하루종일 무더위 하우스 들어가기가 겁나다

 

오늘 한 일 - 동물 우리 옆 애플마 밭 풀 정리, 신축하우스 두둑 정리 및 돌 치우기

 

유럽의 목초지를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고 평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풀 속엔 소똥이 잔뜩 쌓여있다. 지나가는 자에겐 풍경이지만 머문 자에겐 생활인 셈이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흔하다. 생활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이곳 흙살림 농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수생들은 머물 사람들이 아니다. 이곳을 오랜 시간 지킬 사람은 따로 있다. 이들에겐 농장이 생활의 공간이다. 생활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공간도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변화는 힘든 일이다.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체는 참기 힘들다. 떠도는 사람들이 머무는 사람들 틈에 끼이면서 공간엔 변화가 생긴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머무는 사람들은 선택해야 한다.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연수생 입장에서 보면 농장을 견학오러 온 사람들은 떠날 사람들이다. 반면 연수생은 머무는 사람이 된다. 떠날 사람이 아니라 머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연수생의 태도도 바뀌어진다. 일종의 생활공간에 대한 자각이 생기는 것이다. 즉 연수생은 떠날 사람이자 머무는 사람인 것이다.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연수생들도 제각각 농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달걀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병아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파종한 토종콩이 싹을 틔웠다. 콩깍지를 깨고 나와야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다.

 

나를 둘러싼 벽을 깨뜨려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벽들은 나를 가로막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평온히 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벽을 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차가운 겨울 아침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가 힘들듯 말이다. 그러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지만 세상과 접할 수 있다. 평생을 이불 속에 산다는 것, 평화롭지만 권태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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