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12일 - 하루종일 보슬비
오늘 한 일 - 고추 지지줄 매기, 신축 하우스 돌 치우기, 토마토 양분 공급(구아노, 퀵마그네슘, 미리근, 흙살림 마임-칼슘제)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 뿐이랴. 사랑도 그렇더라. 그런데 우리가 키우는 작물도 제 열매의 무게를 못이겨 기울더라. 고추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하니 쓰러지기 시작한다. 지지줄을 좀 더 일찍 매주었더라면 일도 수월하고 고추도 튼튼하게 자랐을 터인데.
차면 기우는게 자연의 법칙이라면, 그 기우는 것을 막고자 애를 쓰는 것이 인지상정이렸다. 옛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사랑에 집착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이지 않겠는가. 사람의 욕심으로 자신이 감당못할 고추를 주렁주렁 달게 된 고추야 기울어지는 게 당연한 일. 그것을 막고자 사람은 또 지지줄을 맨다.
봄에 꽃을 피웠던 매자나무에서도 열매가 맺혔다.
꽃이 떨어진 자리엔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또 차는 법. 기울어진 사랑도 다시 찰 수 있으려나. 기울어진 고추도 다시 꼿꼿이 일어서 자랄 수 있으려나. 달이야 놔 두어도 차고 기울고 하겠지만 고추는 놔 두면 쓰러져버린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찌해야 하나. 그냥 놔 두면 다시 차려나, 아니면 지지줄을 매듯 애를 써야 돌아오려나. 자연과 인위 사이에서 쩔쩔매는 게 사람이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