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3일 하루종일 맑음 29도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모내기

 

오늘은 제월리에 있는 논 1000여평에 모내기를 했다. 800평 정도는 이양기로 일반 벼를 심었다. 그야말로 뚝딱 해치웠다. 800평을 심는데 겨우 두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200평은 일반벼 품종에 토종을 교잡시킨 종을 손으로 모내기했다. 이때 필수품은 고무장화와 막걸리. 물론 둘 다 꼬~옥 필요한 건 아니다. 맨발로 해도 되고 목마름은 물로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두가지가 있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중간 중간 막걸리를 먹어가며 네명이 세시간 남짓 모내기를 한 것이 150평. 그러고 보면 기계와의 싸움은 바보같은 짓이다. 이런 중노동을 피하기 위해 기계는 발전해가고 있지만 그 댓가는 있다. 기계를 구입 또는 임대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땅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돈도 필요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계는 또한 석유를 필요로 한다. 그것도 돈이다. 그러니 이제 농사는 사람이 짓는게 아니라 돈이 짓는것인가. 농기계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인가, 온전한 삶을 위한 것인가. 이런 질문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일까. 귀농을 결심하게 된 온전한 삶에 대한 동경은 그야말로 몽상에 그치고 말것인가. 이양기를 보며 상념에 잠긴다.

모레엔 삼방리에 있는 800여평의 논에 손으로 모내기를 해야 한다. 25종 정도의 토종을 심어야 하기에 이양기를 쓸 순 없다. 그렇다 이양기를 쓸 순 없다고 나는 표현하고 있다. 농사는 중노동인 경우가 많고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남이 만들어주고 석유를 써야하는 기계에 의존한 순간 과연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될련지 기계의 노예가 될련지 잘 모르겠다. 옛날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모내기를 한다면 조금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이제 농촌에서도 이런 풍경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될 수 있으면 값싸게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고, 농기계가 벌어준 시간들을 농촌의 문화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이것이 기계를 사용하는 소중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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