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귀농일지 날씨 하루종일 비 오락가락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1200평에 유박 뿌림. 제월리 블루베리 밭 제초 및 부직포 걷기

 

모내기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일반 농가에선 대부분 모내기가 끝났지만 흙살림 농장은 조금 늦은 편이다. 일찍 모내기를 하면 물이 차가워 병충해에 잘 걸린다고 한다. 삼방리에 있는 농장의 논은 물대기를 시작했고, 제월리의 논은 시비를 했다. 6마지기 논에 유박 28포대를 골고루 뿌렸다. 이후엔 로타리를 친 후 물대기를 할 것이다.

 

 

 

논에 유박을 뿌린 후엔 근처 블루베리 밭으로 향했다. 풀을 억제하기 위해 부직포를 깔아두었는데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부직포를 깔고 블루베리를 키우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곳에 심겨진 블루베리는 올해 4년생이다. 올해부턴 다소 수확이 가능하다.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 보기좋다.

 

 

 

부직포를 뜯어내기 위해 밭을 살펴보니 온통 풀천지다. 부직포를 뜯기전 제초작업부터 해야 했다.

 

 

항상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시는 작업반장님.

 

뿌리를 내린 풀들이 부직포를 뚫고 자란 탓에 부직포를 걷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부직포를 재활용하기 위해 일일이 풀뿌리를 제거해야 하니 일은 더디게 진행됐다. 팔, 다리,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든 작업이었다. 이렇게 힘이 든 것은 풀의 지독한 생명력 때문이다. 풀이 잘 자라야 좋은 땅이라고는 하지만 제초작업을 하는 입장에선 여간 곤혹이 아니다. 풀을 제거하지 않고 작물과 같이 키우는 자연농법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다보니 자연농법의 비경제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힘을 줄인다는 경제적 편의성 이외에도 작물과 풀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도 자연농법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작물을 수확하는데 실패한다면 자연농법은 그저 자연이지 농법이라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 괴산 주변에서도 자연 농법을 시도한 농부들이 있는데 대부분 쓴 맛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라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겨울에도 풀이 잘 자라 소들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롭다면 진정한 순환농법을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친농부의 순전한 기쁨>이라는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풀이 주는 딜레마다. 풀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해봐야겠다.

 

아무튼 온종일 풀과 씨름을 하다보니 허리 피는게 힘들 정도다. 1톤 트럭 가득 부직포를 실었다. 그리고 부직포와 꼭 붙어버린 풀과 흙들도.

 

 

풀은 자기를 죽이려하는 부직포마저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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