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5월 28일 날씨 하루종일 비 오락가락

 

인터넷 광회선이 세번째로 끊겼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오늘은 토마토 유인과 곁순 제거를 하루종일 했다.

오후 1시 반에서 3시 사이엔 증평에 있는 양관직 씨의 토마토 농장을 방문했다.

 

흙살림 농장에서 방울토마토 500평을 키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모종을 옮겨 심고 물을 주고 유인줄을 매고, 곁순을 제거하고, 3화방과 4화방이 필 무렵 토마토 유인을 하고, 구아노와 황산가리를 주는 작업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허리가 부서지는 듯한 아픔은 있다. 그러나 일의 난이도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증평에 있는 토마토 농장을 방문했다. 한 수 배우기 위해서다. 약 3000평의 이중하우스로 지어진 값비싼 시설이었다. 1년에 2작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7,8년 간의 연작으로 올해 병충해가 발생했다. 뿌리썩이 선충으로 추측된다. 연작이 문제였다. 윤작을 하거나 흙을 삶아 주어 선충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반면 토마토는 무척 달다고 한다. 그덕에 직거래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토마토를 사러 직접 농장을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토마토 당도를 올리기 위해선 물을 조금 줘야 한다. 그런데 물이 너무 부족하면 배꼽썩음병이 찾아온다.

 

배꼽썩음병은 물 부족만이 아니라 칼슘이 부족할 때도 찾아온다. 그래서 칼슘을 적절히 넣어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10년 가까이 토마토를 키우신 농부의 농장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니 조금의 자신감을 가졌던 마음이 건방지게 느껴졌다. 아직도 배울게 산더미라는 것을 깨우친다. 애시당초 문제를 겪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함을 배운다. 토마토의 당도와 크기, 물과 칼슘의 양이 어떻게 맞물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경험만이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란 그저 한 해 한 해 농사지으면서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꼼꼼한 기록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 남겨진 기록이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개선책을 찾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도 이런 기록들을 남기면 좋을 성싶다. 꼭 기록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루하루를 곱씹어 보는 시간을 통해 일신우일신 할 수 있으리라.

 

요 몇일 헤어리베치 꽃이 한창이다. 보통 녹비작물로 키울 때는 꽃이 필무렵 갈아엎기 때문에 꽃구경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흙살림 농장에선 야생화처럼 밭 주변으로 보라색 꽃을 자랑하고 있다. 꼭 현호색을 닮았다. 꽃이 피기 전 다른 식물의 자양분으로 쓰이는 헤어리베치여서일까. 아니면 오늘 비가 와서일까. 꽃이 처연하다. 내 마음엔 알 수 없는 외로움만 뚝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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