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5월 22일 오전 9도 오후 28도 오후엔 흐림

 

이틀전 이태근 흙살림 회장의 호통이 있은 후 연수생들의 태도도 조금 변했다. 작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냥 가르침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전문가들을 초빙해 배움을 얻어보기로 했다. 물론 첫번째는 방울토마토 박사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준 게 방울토마토 아니었는가. 전문가는 흙살림의 박동하 부장이다. 전국 곳곳의 방울토마토 농장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하고 있기에, 현장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탄탄하게 무장되어 있다.

아, 그런데 이런 허망한 일이라니! 박동하 부장이 방울토마토를 둘러보고 나서 한마디 평가한다. 곁순 제거가 늦은 것이 아니란다. 초기에 환경이 좋지 않을 땐 곁순을 일찍 제거하지 않고 놔두면 그만큼 뿌리도 발육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으악, 그럼 우린 왜 욕을 먹어야만 했단 말인가. 모르는 게 죄인 셈이다. 알았다면 강력히 항의했을텐데, 모르니 무참히 당할 수밖에. 결국 결론은 동일해진 셈이다. 공부해야 한다는 것. ^^; 물론 이 회장의 지시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그 지향점이 다를 뿐인 것이다. 목표가 다르면 똑같은 사물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이 필요한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 어떤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은 목표가 확실할 때 가능한 일이다. 

오늘은 박 부장의 지도하에 유인줄 매는 법을 배웠다. 최대한 방울토마토를 낮춰서 유인하도록 하자는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6, 7월에 수확을 끝낼 것이 아니라 8, 9월까지 진행해 8화방, 9화방까지 키워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오후엔 고추와 관련해 이도훈 회장을 만났다. 고추잎의 구멍은 어렸을 때 상처가 자라면서 커 보이는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또 꽃이 노랗게 변해 떨어지는 것은 수정이 안된 것이지 병이 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고추 하우스를 둘러보다 7번 하우스에서 죽어가는 고추를 몇그루 발견했다. 땅강아지가 갉아먹은 흔적이라고 한다. 어제 둘러보았을 땐 알아채지 못했는데 하룻만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는게 농부의 운명이련가. 그때 박 부장이 한마디 한다. 작물은 애정으로 키우는 건 맞지만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작물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또한 아이들 교육과 영락없이 닮은 것 같다. 아이를 과보호하면 커서도 성숙한 성인이 될 수 없는 이치와 똑같지 않은가.

 

 

 

 

해질녘엔 고추 지지대 세우기를 시작했다. 고추 네 그루마다 하나씩 키보다 훨씬 큰 쇠막대를 박아야 한다. 하우스 100평 한 동에 무려 170개 가까이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한 두둑에 33개 정도. 5 두둑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서 한 두둑만 박았다. 이것만으로도 지친다. 으~ 내일 3개동 하우스에 지지대를 세울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또 내 온몸이 울겠구나. 그리고 그만큼 강해지겠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