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오전 11도 오후 25도 하우스 온도 오전 17도 오후 39도

 

드디어 인터넷이 됐다. 나흘만이다. 답답했다. TV없인 그럭저럭 살겠는데, 인터넷이 안되니 안절부절이다. 그냥 포기하고 사니, 뭐 인터넷도 없이 살만하긴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던게 사실이다. 농사 공부를 하는데도 인터넷은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농사자료를 인터텟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 않는가. 또한 낯선 농사용어나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정말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니 세상과 연결된 기분이다.

 

나흘간 많은 일을 했다. 제월리에 있는 논에서 볏짚을 가지고 와 고추, 토마토, 가지, 옥수수를 심은 노지의 골에 뿌렸다. 잡초를 억제하기 위한 친환경적 방법이다.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또 다른 불편은 없을지 궁금하다.

 

 

 

 

 

 

새로 지은 하우스의 처마도 물이 새지 않도록 철저히 마무리했다. 하우스 제작업체의 날림 공사를 몸으로 때우려니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다. 다행히 포크레인이 한번 쓸고 가 줘 일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반대편은 포크레인이 들어갈 수 없어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만 작업을 해야 한다. 아, 또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다.

 

 

 

봄은 어느덧 막차를 타고 있고, 여름이 힐끗 거린다. 논에선 청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감자꽃도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마음도 봄과 여름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흙살림 농장에서 연수(라고 하기엔 공부가 부족하니 그냥 일이라고 해야할까)를 받은지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지금까지 몸은 연마했지만-물론 적응은 쉽지 않다. 적응한가 싶으면 또 힘들어진다- 지식은 쌓이는게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여기 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은 많지만 서로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어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쉽지않다. 기껏해야 연수생 3명에 농장 담당자 3명(이사, 교장, 팀장) 속에서 온갖 일이 발생하고 있다. 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다. 아니,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소설 속 인물인것 마냥 환상 속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훗날 꼭 이 경험을 이야기로 써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 정도다.

아무튼 흔들리고 있다. 김난도씨는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지만, 흔들리는 것은 괴롭다. 꼭 어른이 되어야만 할까. 이런 의문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평탄한 삶을 살아왔음을 자각한다. 스스로 만든 삶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물론 그래서 출발한 귀농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온몸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것, 그것은 별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별을 지도삼아 항해를 하는 것이리라. 나는 지금까지 꽤 훌륭한 여객선을 타고 온 것이었다. 지금은 그야말로 뗏목이다. 그리고 앞으론 어떤 배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별을 보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내가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정처없이 흘러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노를 젓는 손이 무겁다. 새벽이면 저려온다. 그러나 이렇게 아귀힘이 늘어갈수록 배는 파도를 이길 것이다. 별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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