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오전 비 오후 늦게 갬 오전 14도 오후 19도 하우스 오전 19도 오후 23도
오전엔 새로 지은 120미터짜리 하우스 두 동의 작업장 내부 평탄화 작업을 했다. 비가 오니 하우스 안에서 작업을 하는게 훨씬 낫다. 날마다 비나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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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새 하우스 안에 돌들을 치웠다. 표면에 보이는 돌만 줍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쏟아지는 돌도 엄청 많다. 쟁기질을 하고 나면 지금 치운 돌보다 몇배는 더 많이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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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전에 파종했던 볍씨에선 모가 나기 시작한다. 이 모를 보고 있자니 잡초라고 부르는 풀과 무엇이 달라 사람들의 손에 애지중지 키워질까 잠깐 생각에 잠기게 됐다. 서로 닮아 있지만 한쪽은 뿌리가 뽑혀야 할 처지고, 다른 한쪽은 옮겨 심어 종자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가름을 한다. 내가 갈라서 버려야 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나 돌이켜본다. 가장 최근의 가름은 도시와 시골이겠다. 도시를 버린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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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토종연구소 농장엔 정자가 3개나 있다. 2년 전쯤 만들어진 것인데 이 중 가장 크고 멋진 것이 3000만원 정도 들였다고 한다. 기와값만 7백만원 정도. 나무값도 5,6백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한 칸 짜리 정자가 이 정도 경비니 제대로 한옥집을 짓는다면 얼마만큼 돈을 쏟아 부어야 할지 상상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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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즘엔 공장식 한옥 재료로 맞춤식 집을 지을 수 있어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도 가능하다고는 한다. 그래도 한옥은 엄두가 안 간다.
저녁엔 흙살림 이사로부터 꽤 소중한 조언을 들었다. 귀농을 할 준비를 하는 거라면 일보다 작물에 우선 순위를 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에 치여 생활하면서 느꼈던 불만을 털어버릴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연수생 3명 중 반장을 맡고 있는 김형이 일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없이 따라갔었는데, 이젠 적절한 제동이 필요한 시점일 듯 싶다. 작물의 생태를 꼼꼼히 살피고 스스로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라는 이사의 말씀이 적절한 해결책이 될 것 같다. 물론 현실은 이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 순위를 바꾸어야만 한다. 그래야 작물을 키우는 농부로서의 기본 자질을 탄탄히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