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맑음 오전 3도 오후 20도 하우스 내 온도 오전 18도 오후 28도
오전엔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핑크체리라는 품종이다. 너무 웃자라고 늙었다고 해서 바삐 심었다. 매일 매일 허리 필 날이 별로 없다.
3번 하우스에 40센티미터 간격으로 5두둑에 600주를 심고 나니 허리가 무너질 것 같다. 방울토마토 심는 법은 고추와 비슷하다. 단 접목을 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흙을 덮어주는 양상이 달라진다. 접목은 뿌리가 강한 것과 성장을 잘 하는 것의 장점을 합한 경우가 많은데 흙을 접목 부위 이상으로 덮어버리면 강한 뿌리의 장점이 사라진다. 따라서 접목을 한 방울토마토의 경우 흙을 덮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심어야 한다.
모종을 다 심은 후 점적호스를 통해 물주기를 시도했다. 원래 흘려주기를 하는데 점적호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삼는 겸 물을 틀어보았다. 하우스 3개동 총 15개 호스 중 2개가 말썽이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오후엔 하우스 2개동을 토양관리할 계획이었다. 두둑을 만들고 멀칭을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 채소의 달인 농사꾼께서 농장을 한번 둘러보시고 나더니 감자 북주기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셨기 때문이다. 북주기란 뿌리 주위에 흙을 덮어주는 것으로 잡초억제, 배수, 지주역할, 뿌리 강화 등의 기능을 한다.
흙을 퍼서 감자 뿌리 주위에 덮어주는 작업이 계속됐다. 아침에 토마토를 심은 것은 그야말로 예열단계였다. 11두둑 정도를 덮고나니 허리를 피는 것 자체가 힘이 들 정도로 아프다. 농사일은 허리힘이라더니...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우스 안이 아니라 노지였다는 것. 산들바람이라도 불어줘 땀을 식혀주니 다행이다.
바로 앞 언덕에 조팝나무가 꽃이 한창이다. 서울 남산의 한옥마을에도 조팝나무가 무성했는데... 점심시간 산책을 하며 즐기던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고된 밭일을 하는 농부의 설움이 묻어난듯 하얀색이 서글퍼보인다.
저녁엔 흙살림 공장에서 일하시다 퇴사하는 세 분을 위한 환송식이 있었다. 삼겹살과 막걸리가 오가는 조촐한 식사였다. 흙을 닮은 사람들이라서일까. 거추장한 허례허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꼽만큼도 없다. 환송식이 끝나고 숙소엔 연수생들만 남았다. 막걸리 한사발 들이킨 큰 형님이 오디오를 틀어놓았다. 장사익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질듯 반짝거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취다. 대학시절 MT에서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땐 통기타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오늘 시골밤 마당에선 막걸리와 장사익의 목소리가 걸쭉하게 가슴 속에 얹혀진다. 밤이 깊어간다. 숯불의 온기도 사그라든다. 가슴은 어디에서 새어나온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젖어든다. 아마도 사람이 준 상처였을 것이다. 흙을 만지다보면 그 상처들이 비록 흉터를 남길지라도 곪지는 않도록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젖은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