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오전 비 오후 갬 오전 10도 오후 17도

 

아침 집에서 나오는 길. 딸아이가 눈을 떴다. 아이가 잠이 깨기 전에 괴산으로 길을 떠났는데 지난주부터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지난주는 비몽사몽 간에 자기도 어디 밖엔가 나가겠다며 고집을 부리더니 이번주엔 "아빠, 나랑 놀아, 가지마"라며 눈물을 흘린다. 어이쿠. 전화 걸땐 전화도 안받던 아이가 눈물을 흘리니 내 눈시울도 뜨끈해진다. 아빠가 몇일간 집을 비운다는 걸 이제서야 실감한걸까. 뽀뽀한번 하고 나서 "빨리 올게" 말하고 나니 그제서야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휴, 그나마 웃는 얼굴을 보고서 문밖을 나서니 다행이다. 이녀석, 물론 오늘 저녁만 되도 전화를 걸면 받지 않을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의 눈물이 힘이 된다. 이녀석한테 내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 이 녀석아, 너 때문에 내가 힘이 난다. 내가 산다.'

 

오후엔 고추모종을 심는라 또 허리가 빠개졌다. 하우스 3동과 7동(두둑 만드는 작업도 함께 함)에 각각 녹광과 흥농시교(시교란 시험재배하는 품종을 말한다)를 심었다. 3동엔 가운데 두둑에 45센티미터, 양쪽 네 두둑은 40센티미터, 7동엔 5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었다. 이렇게 가지각색으로 심게 된건 사공이 많기 때문. 지시하는 사람이 두세명이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엇박자가 때론 일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작물이 어떻게 자랄지 다양한 상태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작물의 시험은 그 주기가 너무 길어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가 어려운데 연구소이다 보니 이래저래 도움을 받는 구석도 있다.

 

모종을 심기 위해선 먼저 구멍을 뚫고 물을 준 후, 물이 다 빠져 나가면 모종을 심고 흙을 덮는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물을 준다. 이것은 모종이 활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즉 뿌리가 흙에 잘 안착하여 죽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다. 노지에선 흙을 덮은 후 물을 주는 부분을 생략하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 고추를 심는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노지에서 지금이 적기이니 많이 늦은 셈이다. 빠른 곳은 2주 전에 심었고, 2중 하우스의 경우엔 한두달 정도 전에 심어 수확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다. 소장의 말씀에 따르면 하우스 비닐의 채광성이 떨어져서라는데, 아무튼 이번에 채광성이 좋은 비닐로 교체하면서 내년엔 좀더 빨리 작물을 심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녹광(풋고추) 600주, 시교(건고추) 500주 정도를 심고 나니 다리 옮기기가 힘이 들 정도다. 허리 좀 펴고 삽시다! 거~  

 

고추를 다 심고나서 온도계를 달았다. 앞으로 영농일지를 담당하게 됐다. 이왕이면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어 하우스 내 작물이 어떤 온도에 있는지도 계속 점검해볼 생각이다. 으~ 일은 계속 늘어나는 구나. 그만큼 내 행복도 죽죽 늘어나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