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농장에 심겨진 작물들을 한번 둘러봤다. 오늘 우박이 떨어졌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감자는 냉해를 입어 입이 새까맣다. 그래도 감자는 다시 생명력을 발휘해 새 싹을 돋우어 살아난다고 한다.
애플마는 여전히 땅 속에서 잠잠하다. 아스파라거스는 줄기가 모두 시들시들해졌다. 아마도 이들도 얼어죽지 않았다면 새 잎을 낼 듯 싶다.
보리순도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로 기세등등하게 잘 자라고 있다.
토종밭엔 조선배추가 꽃을 피웠다. 배추꽃은 처음보는데 샛노란게 귀엽다.
대파도 질세라 꽃을 피우기 위해 봉우리를 맺어놓은 상태다.
저마다 자신의 개성대로 온힘을 다해 싹을 키우고 꽃을 피우는 모습이 대견하다. 나도 이들처럼 온힘을 다해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씩 회의의 그림자가 옅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확신이라는 친구는 아직 저 산너머에 있는가보다. 그래, 더디더라도 기어코 나를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새순처럼, 봄꽃처럼 내 곁에 어느새 찾아와 주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