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 하루종일 비, 아침 6도, 오후 12도
오늘은 상추를 심었다. 누군가의 가르침도 없이 모종을 받아서 심기 시작했다. 흑백필름의 검정색을 위로 하고서 멀칭을 했다. 그리고 20*20으로 뚫려진 구멍에 구덩이를 내고 상추 모종을 넣은 후 흙으로 덮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 두둑이 거의 끝나갈 즈음, 그러니까 허리가 뽀개질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할 즈음, 연구소장님께서 방문하셨다. 그리고는 한 말씀. 상추는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필름의 흰 면을 위로 해 빛을 반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덩이를 팔 필요없이 모내기 하듯 쿡 눌러 모종을 심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이런 제길.... 지금까지 우린 무얼 한거야?
그런데 노지에서 보면 대부분 멀칭이 검은색이던데 이건 왜 그런걸까.
심는 시기에 따라 멀칭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시기라기 보다는 날씨 특히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겠다. 노지에서 심거나 또는 하우스에서 조금 일찍 심는다면 날씨가 아직 쌀쌀하기에 보온 효과를 가져다 줄 검은색 필름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단지 보름 차이만으로도 검은색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땐 흑백필름보다는 더 싼 검은색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아무튼 멀칭 필름의 다양한 색깔은 그 용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허리로(?) 알게 된 셈이다. 온도, 수분, 풀. 이 세가지를 얻고자 멀칭을 사용하기에 작물 특성과 잘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공부 좀 해야겠다.
아무튼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 탓에 일단 검은색 멀칭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두둑만 흰색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검은색과 흰색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ㅋㅋ. 이젠 긍정의 마인드로 농사일을 대하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오늘 상추 모종은 거의 5000포기.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심기를 끝낼 수 있었다. 비가 잦아들면서 안개가 차오르는 산자락을 바라보니 끊어질 것 같은 허리도 잠시 잊혀진다. 가까이서 또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가 귓전을 파고 든다.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가 마치 허리를 안마라도 해주는 양 시원한 느낌이다. 에구구가 입에 밴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