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부슬비가 내렸다. 야외활동이 불편한 관계로 창고에서 토종벼 정리를 했다. 지난해 수확한 토종벼를 각 종자별로 키를 재고 나락을 따로 모았다. 열어둔 창고문으로 안개낀 산과 밭들이 고즈넉히 눈에 들어온다. 귀에선 새소리가 정겹다. ㅋㅋ 이럴 때도 있는거지. 맨날 무거운 짐만 옮기란 법이 있나.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김홍도의 그림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냥 얼굴에 미소띤 얼굴로 노동의 즐거움을 느낀다.
오후엔 비가 그쳐 어제 못다한 농장정리를 했다. 새참 시간엔 농장에 와서 처음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우리의 동거인 암탉이 낳아준 달갈에 물빠진 연못에서 저절로 자라고 있는 미나리를 추가하니 금상첨화다. 바로 이맛인거다. 이거, 농장생활 적응이 너무 빠른거 아닌가. 피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어스름이 낄 무렵 일을 마치려는데 느닷없이 책정리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숙소 교육장에서 농장 강의실로 옮기는 일이었다. 그런데 책이 자그마치 2천여권이 족히 될 듯싶다. 꼭 이런 일들은 일을 끝마치려는 순간에 생긴다. 오늘은 제 시간에 저녁 챙겨 먹기는 글른 것 같다. 아~ 이건 아닌데... 오늘 일지엔 연수를 함께 받는 연수생들 이야기를 해볼까 했는데 너무 늦은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룬다. 아함~ 잠이 쏟아진다. 노동이 가져온 꿀잠을 즐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