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귀농학교 연수생활을 받은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한 일의 80%는 풀뽑고 풀뽑고 돌줍고 돌줍고 돌줍고... 라고 할 수 있겠다. 첫주엔 몸이 고달퍼 지겹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몸도 어느 정도 적응이 돼 가고 있다. 풀과 돌이 귀농의 기초체력을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됐다. 그래서일까. 돌을 가득 실은 수레를 옮기다 백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저 유유자적 날아가는 백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내가 바라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어' 행복감에 젖어 천천히 멀어져 가는 백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한 수레 돌을 퍼부은다. 흙길이 어느새 돌길로 바뀌어 가고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416/pimg_773184143845028.jpg)
오후에는 못쓰게 된 하우스를 철거했다. 작은 하우스이긴 하지만 하우스 뼈대들이 어떻게 얽여져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시계를 분해하듯 신기한 눈길로 해체작업을 했다. 물론 시계처럼 절대로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우스는 그저 뼈대를 묶어주는 얽음쇠(?) 만으로 지어진 초간단 집인 셈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416/pimg_773184143845030.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416/pimg_773184143845031.jpg)
그리고 잠깐 짬을 내어 트럭 운전 연습을 했다. 오토만을 운전하다 스틱을 운전하려니 쉽지 않다. 단순히 클러치 하나만 늘어난 것 뿐인데 운전할 데 신경쓰이는 것은 오만가지다. 단 한가지 변화만으로 수십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우리네 삶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변모하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단 하나의 변화가 우리를 그 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이 귀농이라는 단 한 단어의 힘이 그런 변화의 마력을 가지고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