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귀농학교 연수생활을 받은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한 일의 80%는 풀뽑고 풀뽑고 돌줍고 돌줍고 돌줍고... 라고 할 수 있겠다. 첫주엔 몸이 고달퍼 지겹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몸도 어느 정도 적응이 돼 가고 있다. 풀과 돌이 귀농의 기초체력을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됐다. 그래서일까. 돌을 가득 실은 수레를 옮기다 백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저 유유자적 날아가는 백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내가 바라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어' 행복감에 젖어 천천히 멀어져 가는 백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한 수레 돌을 퍼부은다. 흙길이 어느새 돌길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오후에는 못쓰게 된 하우스를 철거했다. 작은 하우스이긴 하지만 하우스 뼈대들이 어떻게 얽여져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시계를 분해하듯 신기한 눈길로 해체작업을 했다. 물론 시계처럼 절대로 복잡한 구조는 아니지만 말이다. 하우스는 그저 뼈대를 묶어주는 얽음쇠(?) 만으로 지어진 초간단 집인 셈이다.
그리고 잠깐 짬을 내어 트럭 운전 연습을 했다. 오토만을 운전하다 스틱을 운전하려니 쉽지 않다. 단순히 클러치 하나만 늘어난 것 뿐인데 운전할 데 신경쓰이는 것은 오만가지다. 단 한가지 변화만으로 수십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우리네 삶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변모하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단 하나의 변화가 우리를 그 길로 안내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이 귀농이라는 단 한 단어의 힘이 그런 변화의 마력을 가지고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