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까지 일(농장의 화단 정리)을 마치고 오후엔 집으로 향했다.

 

 

6일 만에 딸을 볼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연애시절 지금의 아내를 기다리던 심정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딸아이가 멀리서부터 팔을 벌리고 뛰어온다. 아, 이런... 눈물이 핑 돈다. 에구구구, 내 새끼... 부모님이 아직도 다 큰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그래도 딸아이를 번쩍 들고서 빙빙 돌아본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엔 그야말로 시체놀이. 딸아이가 감기에 걸린 통에 밖으로 나가 놀지 못한다는 걸 핑계삼아 하루종일 누워 지냈다. 이런, 쯧쯧. 하루만에 딸아이와 노는 것을 힘들어하다니. 얼른얼른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아니, 하나 더. 지금 이렇게 사는게 옳은가라는 의문도 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도, 일단 한발을 내딛였으니 조금만 더 나아가 보자. 그리고 나서 판단하자.

 

다음날 새벽, 딸아이의 잠든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딸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살며시 손을 잡고나서 잠깐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자리를 떴다. 다시 괴산으로 향해야 한다.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흙과 논다고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놀러가는 거야. 흙하고 말이야. 내 귀여운 딸아이도 머지않아 이 흙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겠지. 이렇게 위안을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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