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해봤자 부잣집 종노릇 밖에 못해"
종노릇 해본 사람은 이 말뜻을 잘 알 것이다. 월급쟁이들이 종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류대를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 고액연봉을
받는들 자신의 의지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되겠는냐는 뜻일게다. 이 말씀은 현장농민연구원으로
있는 김봉기씨의 입에서 나왔다.
오늘은 현장농민연구원 탐방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 잠깐 돌 줍는 일을 하고나서 청주로 향했다. 김봉기씨의 작업현장인 비닐하우스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김봉기씨는 1989년부터 유기농을 시작한 뚝심의
농부다. 지금은 2500여평의 하우스에서 토마토, 고추, 생채 등을 기르고 있다. 유기농 농사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자신의 아들에게도 함께 할 것을 권장(혹시 강요?)했다. 그래서 아들도 농대를 나와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그런데 어머니는 반대하셨다면서 웃으신다)
이들 가족농은 3중 비닐막과 수막보온효과를 통해 다른 난방장치 없이 사시사철 농사를 짓고 있다. 비닐막 하나는 보통 3.5도 정도의 보온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수막보온이란 1중과 2중 비닐 사이에 물을 뿌려 온도차에 의해 안개가 끼면서 보온효과를 띠게 되는 것을 말한다. 김봉기씨는 자신이 작물을 키우면서 병충해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별로 없는 이유를 숯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땅에 매년 숯가루를 뿌려 준 것이 충해를 예방하고 생산량을 늘린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는 땅에 많은 것을 주어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비료는 절대 안된다. 욕심을 부려 비료를 주는 순간 병충해가 찾아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 농장에 대해서만은 내가 박사'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땅을 바라보고 공부하라고 말한다. 서울대 농학박사가 왔다 하더라도 자기가 농사짓는 땅에서 만큼은 자신보다 더 잘알 수 없을 정도가 되라는 것이다. 김봉기씨는 실제로 미생물 배양이나 액비 제조 등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왔으며, 자신의 땅에 맞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그가 말하는 초보농부가 지켜야 할 세가지 마음자세를 적어본다. 1. 일을 많이 하라. 2. 쉽게 갈 생각을 마라. 3. 돈 많이 벌 생각을 마라.
아이고, 머리야. 나는 기껏해야 3번만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쩝, 1번과 2번은 천천히 생각해보자. 아무튼 매일매일 나의 꿈은 시험무대에 올라 서고 있는 셈이다.
또하나. 그는 풀이 많은 나는 것을 속상해하지 말라고 한다. 풀이 잘 자라는 곳이 좋은 땅이기 때문이란다. 아이코. 그래도 풀 뽑는 것은 너무 힘들단 말입니다.ㅜㅜ
현장농민연구원 탐방이 끝나고 우리 연수원생들은 삽을 들었다. 이곳 농장이 아스파라거스 재배를 그만 둔다고 하기에 그것들을 캐서 흙살림 농장에 옮겨심기 위해서다. 아스파라거스는 초보자들이 재배하기에 쉬운 작물이라고 한다. 김봉기씨는 아스파라거스 수확시기가 봄, 가을 3주씩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워 재배를 그만둔다고 한다. 얼치기 농부에겐 이것도 감지덕지일것 같은데. 아무튼 아스파라거스를 심어보고 재배할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일부러라도 가져보며^^; 삽질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