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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중 사후세계만큼 강렬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후세계라는 것이 말 그대로 죽음 이후의 세계이기에 그것을 체험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후세계를 경험한 사람은 현세에 있지 아니하기에 그것을 말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죽음 바로 직전에서 살아난 사람들중 그것을 체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카시는 이런 사람들을 면접하면서 정말로 이것이 실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이것이 진짜 사후세계라는 가정을 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문화적 배경이나 사람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의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사후세계라는 하나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수만큼의 세계가 각기 존재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공통적으로 한단 말인가? 하나의 설명방법으로서 뇌의 환각을 들고 있다. 저산소로 인한 엔돌핀 증대로 환각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터널이나 빛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설명할 방법이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으로는 인간이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했을 경우 느끼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설명이 임사체험에 가장 근접한 듯 보여지지만 이것 또한 빛과 터널에 대한 설명을 말끔히 해내지 못한다.
이런 임사체험과는 별도로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그 세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이 어떤 힘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힘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해서 윤회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 반대편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죽음을 통해서 빛으로 분산됨으로써 에너지 불변은 유지하되 사후세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을 공통된 요소와 그렇지 못한 것들로 분류하고, 그것의 신빙성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실험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사후세계가 아닌 뇌의 환각임을 증명하기 위한 갖가지 실험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책을 끝맺음하지만 무모한듯 보이던 임사체험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책이 전하고 있는메시지를 들여다보면 더욱 이 책에 끌리게 되는 점이 있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것이 밝고 활기찬 것이든 어둡고 공포스러웠던 것이든, 진짜 사후세계라고 믿든, 그저 환각이라고 생각하든, 모두가 삶을 긍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후세계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고,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위한 삶으로의 경이적인 태도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런 임사체험을 경험해보기 위해 유사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할 필요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카시가 직접 체험했던 캄캄한 탱크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꼭 그것을 체험하지 않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숨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