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스의 산 I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76년 한 가족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을 시도한다. 10살짜리 아이는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살아남아서 4시간이나 되는 산길을 걸어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그즈음 그 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삽으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88년 살인을 저질렀던 노동자는 절도범으로 몰려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자살가족에서 살아남았던 아이는 정신병동에서 간호사를 죽여 감옥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3년후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발견되는 시체, 그리고 또 하나의 시체...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은 피해자들은 오직 똑같은 무기로 화를 당한 것 같다는 단서만을 가지고 범인찾기는 시작된다.

이 소설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범인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확하게 범인이 누구라는 것은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범인의 심리상태를 보여줌으로써 불안감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또하나 이 소설의 매력은 사건의 동기와 개요 등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나서도 소설의 재미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피해자이면서 피의자로 남아있는 마지막 인물과 형사간의 설전을 통해 사건이 어떻게 변형되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사실에 접근했던듯한 사건은 조금은 다른 결과를 남겨두고 끝내는데, 과연 범인에 대해서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것인지를 의문으로 남겨둔다.

천인공노할 살인자인지, 아니면 끝내 자신의 정신병을 극복못한 가련한 사나이인지 혼란스럽다.

고다(사건을 맡은 형사다)는 범죄의 동기와 범인의 인격을 성장과정에서 설명하거나 조리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극력 피하는 주의였다.(161쪽)

그럼에도 범죄자에게 조금의 연민을 느끼는 것은 그의 인격이 분명 성장과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추측과 생태적 결함, 즉 유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수사요원도, 아무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범죄라고 미토 가도를 걸으면서 혼자말을 했다.(188쪽)

소설의 주된 배경인 산.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이유가 아니라 작가는 죽음을 통한 생의 의지로서 산에 오른다고 말하는것 같다. 구원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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