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조금 지루했다. 그의 71년 인생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시절 몇년을 너무 시시콜콜하게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하겠다. 물론 주인공에 대한 이런 상세한 묘사가 그의 집념을 잘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심했다 싶다.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성격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교육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아래 진행되는 그의 꿈은 결코 쉬운 길을 선택한 법이 없었다.

지옥의 천사라는 영화를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 돈은 문제가 아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뒷 배경의 구름을 위해 8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무성에서 유성으로 영화를 다시 찍는 등 그의 열정은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 특히 비행기에 대한 그의 집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워드 휴즈라는 실제 인물이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돈이나 권력 따위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가장 빠른 비행기에 온 정신을 빼앗겨 있다. 중간중간 불안한 그의 모습 속에서 언뜻 언뜻 비쳐지는 천재적인 발상에 놀라기도 한다. 그의 이런 신경증적인 모습을 디카프리오는 정말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연기해내고 있다.

그러나 조금은 지루하다 싶은 이런 전개는 실상 마지막 청문회의 모습으로 집약시키기 위한 의도된 것이라는 의심을 가져본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하나둘씩 현실로 이루어진 모습에 희열하다가도 그의 흔들리는 정신에 불안해하던 모든 것들을 마지막 15분동안 말끔히 씻어낸다. 영화 중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는 몇 장면들은 청문회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그의 순수성을 증명해주는 비행선의 모습은 전율마저 가져온다. 그러나 이런 전율을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인내하기엔 조금 버겁다.

다만 남들이 보기에 미친 것처럼 보이는 무모한 것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의 주인공은 마치 휴즈를 두고 말하는 것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계산없는 열정. (여기서 중요한건 <계산없는> 이다.) 아무 것도 그의 꿈을 가로막진 못했다. 그것은 순전히 계산하지 않은 그의 열정 덕분이다.

무모함과 열정은 종이 한장 차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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