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달리는 한국경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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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다. 휴대폰으론 너도나도 돈을 빌려주겠다며 전화를 해대거나 문자를 보낸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도 돈을 갖다 쓰라고 유혹한다. 마치 눈먼 돈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빚은 훌륭한 자산이 됐다. 갚아야 할 짐이 아니라 빚을 지고 투자를 하면 그 몇배를 벌어들일 종자돈처럼 행세한다. 그러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빚과 함께오는 그림자, 즉 이자가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도 땅값도 주춤하고 주식도 원하는만큼 오르지 않다보니 빚을 빌려 투자한 사람들은 이자를 갚느라 허덕인다.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유혹에 넘어가 빚을 지고 살 집을 장만한 사람들도 허리 필 날이 없다. 2012년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1000조원, 1인당 2000만원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또한 개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재정절벽의 위험에 처한 미국 등 전세계가 빚잔치에 빠졌다. 빚으로 풍요로웠던 삶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누구인가 "배 째"라며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선언해 버린다면 세계 경제는 휘청일 것이다. 아니, 누군가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곧 선언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한 순간 그 공포심으로 인해 너도나도 빚을 거두어 들이려 한다면 경제는 산산조각날 수도 있다. 그 공포심이 도래한 순간, 그것을 우리는 임계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는 카오스 이론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복잡계 경제학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복잡계 경제학은 경제를 안정되고 평형 상태에 놓인 시스템이라 보지않고 경제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성이 계속 누적되면 나중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임계상태에 다다르는데 저자는 이런 변수로 과도한 빚을 들고 있다.

그런데 빚을 지는 것이, 그것도 지금처럼 과도하게 지는 것이 가능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바로 금융자유화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가 붕괴 위기를 맞게 된 것도 유로화 채택으로 국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거품 경제를 조성한 데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물론 이에 걸맞은 생산성이 따랐다면 그 빚을 청산했겠지만 부동산 거품만 불러오고 만연한 부패로 재정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한 것이다. 이런 유럽발 위기는 세계로 전염됐다. 금융강국이라 칭송받던 미국도 버블이라는 치명적 유혹에 빠져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그나마 두터웠던 중산층이 무너져가면서 대붕괴를 부르고 있다. 소득 불평등이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든든한 사회안정망, 활발한 계층 이동성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최전성기를 누렸던 지난 시대의 미국 사회가 현재 위기에 처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우리도 휘청인다. 경쟁은 불공정하고 사회안정망은 허술하고, 계층 이동은 꽉 막혀 있다. 더더군다나 우리는 2020년이 되면 생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지금 경제의 기반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세계에서 살아남는게 몹시 힘들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현상을 다양한 통계 수치로 설득해낸다.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빚더미에 몰린 한국경제를 새 정부가 어떤 길로 인도할 것인지 날 선 눈길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 당장의 평안과 안도로 눈앞의 추락을 나몰라라 하면 안 될 일이다. 이 책은 앞으로 전개될 한국 경제 정책들과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 볼 눈금자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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