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자리엔 흔적이 남습니다.

폭풍우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기도 하고, 거센 파도에 휩쓸려 해안도로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지나간 것들이 너무나 거대하기에 남겨진 흔적도 큰 상처를 남기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봄바람에 꽃망울이 터지기도 하고, 잔잔한 파도가 지나간 모래사장 위엔 아름다운 무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따듯한 어루만짐 뒤에는 아름다우면서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사랑이 지나간 자리엔 어떤 흔적이 남아있을까요. 

폭풍우같은 정열적인 사랑이 끝난 자리엔 가슴을 후벼파는 생채기만 남아있을까요. 사람의 체온처럼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도 따스했던 사랑이 아련하게 떠나가면 아름다운 추억만이 고스란히 빈자리를 차지할까요.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흔적은 사랑의 크기와 별 상관이 없어보입니다. 아주 작은 생채기도 마음을 도려낸 듯한 큰 상처도 아프긴 매 한가지이니까요. 더 큰 아픔이란 그저 산수일 뿐입니다. 아픔에는 더 큰 것도 작은 것도 없어보입니다. 다만 언제쯤 상처가 아물지 그 시간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절대 비례관계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듭니다. 흔적은 끝끝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 흔적이 아름답게 남아있기만을 빌 뿐입니다. 저주의 말을 내뱉지 않는, 미워하지 않는, 서러워 않는, 그래서 비온 뒤 해가 뜨면 무지개라는 흔적을 남겨주듯. 그렇게 사라져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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