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는 불교의 나라다. 이곳의 스님들은 이 마을과 저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놓기를 가장 큰 보시로 여긴다. 여기서 다리놓기란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 도달한다는 의미라 여겨진다. 이러한 다리놓기는 비단 마을과 마을 뿐만의 일은 아니다.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에도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가장 큰 보시일 것이다.

 

하지만 다리를 놓으려면 항상 저편에 닿아야 한다. 저 편에 닿지 못하면 다리는 미완성인채로 남아있다.

 

우리는 타인과 다리 놓기를 힘들어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다리를 놓기보다 도랑을 파기 일쑤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영혼이 건강한지 자꾸 물어본다. 인간은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다리를 놓기보다 깊은 도랑을 파는 일이 허다하다. 날선 흉기로 돌변하는 말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침묵을 배운다. 침묵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말, 누군가의 밤잠을 설치게 한 말, 허투루 내뱉은 말이 그들의 하루를 망치지 않았나 더듬어본다. 명상은 어쩌면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책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차 이야기 1> 165쪽)

 

섬으로 존재하는 우리. 그리고 그 섬을 잇는 다리들. 그러나 온전한 다리는 드물다. 언제나 허물어지고 부서지고 쪼개진다. 다시 보수하고 잇고 조여매지만 다리는 흔들리고 뒤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편에 닿고 싶은 섬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도 이렇게 다리를 놓고자 침묵의 소리로나마 다가설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부디 저편에 생채기를 내지않고 무사히 닿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와 너 사이에 언제 휩쓸려갈지 모를 섶다리라도 놓여지기를 소망한다. 그건 당신의 마음에 한번이라도 내가 들어갔음을 의미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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