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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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인 이 책은 하드보일드에 가깝다. 보험금을 노린 자해와 살인 등이 소재로 쓰여지고 있는데 그 묘사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소름이 돋는다. 사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어두울 뿐만 아니라 쫓고 쫓기는 순간들이 숨막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몇가지 이론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데 먼저 이 이론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크게 구분하지 않고 정성결여자, 반사회성 인격장애, 사이코파스, 배덕증후군 등을 뭉뚱그려 설명하면;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남을 속이는 것, 충동적인 것, 불끈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 위험에 대해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 무책임한 것, 그리고 양심의 가책이 결여되어 있는 것 등등이 해당된다.

19세기 이탈리아 의학자 롬브로소는 선천적 범죄자설을 주창했다. 모든 범죄자의 3분의 1을 선천적 범죄자로 규정하는데 이것은 인류 진화에 역행하여 선조로 회귀하는 사람인 반면, 사이코 파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인간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생물의 r전략과 K전략' r전략이라는 것은 곤충처럼 수많은 자손을 만든 다음 거의 내버려두는 방법이고, K전략은 인간처럼 소수의 자식을 애지중지하면서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최근의 배금사상, 사고력과 상산력의 쇠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결여로 비롯된 손해보험 청구금액의 절반은 사기라고 보고, 생명보험 분야에도 머지않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바로 이 생명보험 분야의 이런 현상을 무당과부거미(교미를 끝낸 후 암컷은 수컷을 잡아먹는다)를 묘사하듯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복지제도의 향상과 환경오염, 그리고 먹거리의 불안전성이 아이를 많이 낳도록 유도하고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해서 어떤 모성이나 부성애를 느끼지 않은채 방관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즉 사회제도에 무임승차해서 자신의 생존을 이어가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도, 사랑하는 사람도(물론 사랑의 감정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순전히 이용하기 위해서, 그러고 보면 우리의 결혼제도라는 것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위한 전술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련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저 한낱 이용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다. 도덕을 상실한 이런 사람들은 바로 현대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해가는 새로운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변이가 점차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정말 무서운 발상이다.  우리의 경우 출생률의 하락이 보여주듯 저자의 상상이 딱 들어맞는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를 낳아 화장실에 버리는 유기 사건이나, 돈으로 인해 친구나 지인을 살해하는 경우,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해하거나 공갈 협박 꾀병을 앓는 사기단의 등장 등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시못할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엇이란 바로 검은 집에서 말하는 무임승차를 꾀하는 변이 사이코스파의 그림자로 얼핏 비쳐지는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결정(여기엔 낙태 등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경제적 여건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이고 보면 살인아나 폭행이라는 경향을 지니고 있지 않을뿐이지 우리 모두 사회에 무임승차하고 싶어하지는 않는지 곰곰히 되돌아보게 만든다. 도덕의 상실. 바로 검은 집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일지 누가 알겠는가? 

'선의로 가득 찬 길도 지옥으로 통하는 일이 있다'

우리가 좀 더 잘 살기 위한 복지제도의 예상치 못한 어두운 측면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다. 정말로 우리 사회가 이런 병폐를 드러낸다면(정말로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그 대안은 무엇일까? 작가가 주인공과 그 애인을 통해 조그마한 희망을 내비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왠지 마음은 무겁다. 사람이, 인간이 얼마나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주위에서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아왔기에... 그리고 나 자신을 한발자국 떨어져 보면 결코 100% 도덕적이라고 보장할 수 없기에 말이다.

유혹은 항상 양심보다 강렬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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