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감 듀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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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뭐니뭐니 해도 사건이 중심이다. 아니면 그 사건을 요리조리 해결해 나가는 수퍼 액션 히어로 탐정이던가. 그런데 이 추리 소설은 조금 생뚱맞다고 할까? 주인공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이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데 책의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추리소설은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이 그 범인을 잡아가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 책은 범인이 등장하고, 그(그들)의 범행동기에서부터 범행순간까지를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탐정이 등장해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갑자기 모든게 뒤바뀐다. 범인이었던 인물이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감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즉 범인이면서 그 범인을 쫓는 형사로 주인공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도대체 우리는 그 주인공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가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사건 또한 그가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부지불식간에 갖게 되는 것이다.

즉, 가짜 경감 역할을 하던 범인이 과연 정체가 탄로날 것인지 두근두근 거리면서 지켜보게 되고, 과연 그가 새로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것인지도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그가 새로운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 마저 갖게 만들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한 주인공에 대한 이렇게 다중적인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주인공에 대한 캐릭터만의 매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소설 도입부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그냥 에피소드로 그치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준다는데서 뒤통수를 치게 만든다.  채플린의 금의환향,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었던 어뢰에 맞고 침몰하는 유람선 사건.  그 사건 들 속에 살짝 픽션을 가미한 후 소설은 본격적인 무대로 옮겨져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자(나)는 도입부 이런 묘사들이 그냥 시대적 배경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단순히 넘어가게 되는데 사건 종결 부분에서 앗차 하고 머리를 치게 된다. 추리 소설이 그렇듯 그냥 씌어진 대목은 없었던 것이다. 정말 아무 상관 없을 것이라고 가볍게 넘긴 밑배경들이 실은 이야기를 완결시키는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는 것에 무릎을 치고만다.

주인공에 대한 애증 속에서 찾아오는 엔딩.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그냥 이대로 끝내도 될까 라는 미련이 남는, 재미가 솔솔 넘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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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fish 2006-01-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별로 반전에 반전을 꾀하는 추리소설형식은 아니라고 해도...좀..스포일러성 리뷰아닌가요??

하루살이 2006-01-2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굉장히 주의 하면서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추리 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되는군요. 그래도 답은 말 안했으니 용서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