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0-157 1
로빈 쿡 지음, 서창렬 옮김 / 열림원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로빈 쿡의 소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한 때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O-157에 대한 원인과 그것의 위험천만한 실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은 최근 <수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다시 논쟁이 일고 있지만, 이것은 패스트푸드가 안전하게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는 그 제조과정에서 이미 맹독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심장외과의 주인공은 어느날 딸과 함께 외식을 한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딸은 식중독 증상을 보인다, 이내 O-157에 감염된 HUSS 상태를 나타내고 결국 죽게된다. 주인공은 딸의 죽음에 분노하고 그 원인을 파헤치려 패스트푸드점과 고기 패치를 만드는 곳, 그리고 고기를 제공하는 도살장 등에 몰래 들어가 이유를 밝혀보려 한다. 그리고 농림성과 축산협의 커넥션 등, 패스트푸드라는 산업 뒤에 감추어진 추악한 이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과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 숨막히게 전개되면서 책 읽는 재미를 솔솔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가지 불만인 점은 이것이 추악하고 거대한 이권의 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음식이 가져올 수 있는 전 지구적 차원의 시각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가 분명 미국의 음식이며 그것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절대 무시못할 측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딸이 죽음으로 내몰린 것은 우연한 실수의 연속 때문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져올 수도 있다. 도살 과정의 실수, 즉 잘려진 소머리가 공장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그 고기로 만든 패치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쓰여질 때 조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바쁜 시간에 겹쳐지는 바람에 잘 구워지지 못해, 결국 O-157 균이 살아남아 독이 퍼져나갔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잘못 조리되어졌을 때 목숨에 치명적인 독을 지닌 복어를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핑계거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해 미국에서만 500명이 O-157로 죽는다는 것은 이런 실수가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니 이것은 이미 실수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도살과정에서 쓰여지지 않아야 할 부분이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쓰여지고, 비위생적인 처리과정상의 문제점, 그리고 마지막 패스트푸드 상점에서의 불성실함이 결국 가져오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의 과정이다. 실수가 우연히 겹쳐 일어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고온에서도 죽지 않는 광우병 인자는 그것이 10년, 30년 후에나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원인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야만 한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패치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30년 후에 광우병에 걸리더라도 우린 전혀 그 원인을 짐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싼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 열대의 우림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소들이 들어차게 되며, 이것은 원주민(미개인의 뜻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자급자족적 경제를 무너뜨리고, 환경파괴를 가져온다. 게다가 물부족이라는 커다란 우를 범하는 것 또한 염려해야만 한다. 게다가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키워지는 동물들은 인간의 몸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는 바이러스를 침투시키는 원인을 제공하며, 건강 자체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량생산속에 놓여진 소, 돼지들의 삶은 도덕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너무나 비참한 모습이다.

근원적으로 패스트푸드는 잘못되어진 음식이다. 그것이 축산협과 정부의 밀약으로 더욱 교묘하게 우리 생활 속에 침투되어지고, 의학계의 방관으로(아픈 사람이 늘어나면 누가 이익을 볼 것인가) 아무 의심없이 한 끼 식사로 대체되어지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그 사실여부를 알 순 없다. 소설 속에서나 그려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 때문에 무차별적인 죽음으로 초대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 이 소설은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무엇보다도 무서운 공포 소설이다. 자신이 먹고 있는 것이 독인줄 알면서 먹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설은 바로 그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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