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고운 시절이다. 산으로 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단풍이 산에만 있는건 아니다. 회색도시 곳곳에도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빠른 발걸음 속에서 휙~ 하니 스쳐 지나가기 일쑤이지만.

 

한강변 어느 아파트 담벼락을 기어오르던 담쟁이잎에도 단풍이 들었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색이 드는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아직 푸른빛을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검붉은 색까지. 그런데 정작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장면을 구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담벼락은 출입구와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 드나들던 길이 아닌 곳을 굳이 수고를 들여 돌아보지 않는한 담장 안의 사람들은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인 셈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면서도 자신은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일상의 찌든 마음, 지지고 볶고 사는 과정에서 제 마음 속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사회 속 일탈이 아니라 마음 속 일탈이 필요하다. 내가 쳐놓은 마음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혹시 이런 아름다운 담쟁이잎이 그 울타리 너머에서 마음 속으로 오르려 애쓰고 있음을 알아챌지 모르니. 지금 이 순간 이런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친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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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12-10-2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을 통 못쓰다 겨우 짬을 내 쓰기 시작하니 옛적 친구(?)들의 인사가 너무 반갑습니다. 제 마음은 사막인줄 알았다가 최근에 비바람을 맞고서야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걸 알아챘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일탈. 정말 필요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