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판타지와 패러디, 코미디로 가득 찬 책이라는 절찬을 받은 소설이다. 세상에 대한 풍자 또한 곳곳이 녹아 들어 있어 재미를 더한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유머란 특히나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세상의 다른 나라로 옮겨가 그 문자가 바뀐 순간 웃음의 코드 또한 사라지기 일쑤이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도 못한데다 영어권 문화도 아닌 이곳 한국에서 성경에 문외한인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은 따분한 책일수도 있겠다.

간혹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전쟁이나 기아, 그리고 회계 감사 등이 바로 악마가 존재하는 증거 라는 식의 풍자나, 온 몸에 가뜩 힘을 주고 무엇인가 거대한 희망을 품은 지옥의 사냥개가 그저 단순한 애완견으로 변해버릴 때의 풍경 등에서일 뿐이다. 그 외 무던히도 많은 패러디들이 책 속에서 속속 등장하지만 <오멘>이라는 영화를 비롯해서 <퀸>으로 대변되는 음악까지 모두 내가 자라온 환경과 가깝지 않고, 또 큰 영향을 끼친 것들이 아닌 관계로 아쉽게도 웃음을 자아내진 못한다.

다만 이 책이 할리우드의 테드 길리엄이 영화화를 시도(벌써 나왔는지, 아니면 아직도 계획 중인지 모르겠지만)할만큼 감각적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는 마치 <록키 호러 픽처쇼>와 같은 컬트적인 요소로 나타날 수도 있을 듯하고, 아니면 굉장히 미국적인 <스타워즈>와 같은 식으로 표현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적그리스도가 태어난 날, 사탄을 모시는 수녀들의 실수로 아이 바꿔치기는 완전히 엉뚱하게 어긋나버린다. 세상에 선과 악을 뿌리고 다니는 천사와 악마는 오랜 세월 지구에서 같이 활동하다보니 서로 친구가 되어 그 경계선이 모호해져 있다. 여기에 마녀 사냥꾼은 만지는 기계마다 고장을 일으키고, 예언집에 온 생애를 거는 마녀와,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하나님의 대변인과 마왕 등등.

처음부터 꼬여버린 적그리스도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본성을 점차 잃어가고,  아마겟돈의 종말을 향해 진두지휘해야할 그는 ...   아무튼 세상은 종말이라는 프로젝트를 향해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라면 좋겠지만 무수한 오차를 발생하며 계획은 완전히 어긋나버린다. 그 과정에서 힘을 써야 할 천사와 악마는 아무도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이렇게 어긋난 것 조차도 계획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구구절절히 얘기 했지만 한마디로 이렇다. 적그리스도는 태어났으나 종말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그리스도가 세상을 구원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11세의 적그리스도인 아담 영은 그냥 인간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그냥 놔두기를 바랄뿐이다. 마치 비틀즈의 <렛 잇 비>처럼.

선과 악의 뒤틀림. 모호해진 도덕성. 지혜를 잃어버린 인간들. 그러나 인간세상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 바로 그들이 신의 시험에 놓인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은 아직도 꼭두각시 마냥 조정받는 인형이 아니라 시험받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의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따라서 선과 악, 천사와 악마라는 집단이 누가 더 힘이 센가 싸워보는 아마겟돈은 환영받지 못하며 또한 누군가의 승리로 끝나 한쪽만의 세상만 남는다면 그건 얼마나 재미없는 곳이겠는가? 그리고 그런 세상으로 인해 또 다시 머지않아 선악의 대결이 또 펼쳐질 것이고...

그러니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이승이 나을수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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