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특집 <출가>를 우연찮게 봤다. 1개월간의 단기간 수련과정을 들여다본 프로그램이었다. 14세 아이부터 70 노인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도반으로 한데 모였다. 그들이 무슨 뜻으로 출가를 결정했는지는 모르나 수련의 마지막 날, 그들의 얼굴은 환했다. 오랜 고행을 끝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인가를 깨우쳐가기 때문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밝은 얼굴은 아름답다.


수행과정을 지켜보던 중 가장 가슴뭉클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서로 부처되기]라는 수행이었다. 2명의 도반이 짝이 되어서 번갈아가며 한쪽은 부처가 되고 한쪽은 108번의 절을 행하는 수행자가 된다. 108배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선 절하는 자도 절을 받는 자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는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엇이 나의 가슴을 울렸을까?


브라운관을 통해 그 수행을 지켜보는 동안 나 또한 서로 부처되기의 한 도반이 되어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108배를 받는 부처의 입장에선 도대체 난 이 절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 사람은 왜 나에게 이토록 절실하게 절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상념이 떠나지 않는다. 반면, 108배를 행하는 입장에선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가? 부터 시작해서 나를 낮추는, 한없이 낮추는 이 절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듯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특히 현대를 살아갈땐 자기를 드러내야만 한다. 내가 얼마나 잘 났는지 어떻게든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부처가 되고 보니 얼마나 내가 못난 존재인지를, 그리고 왜 한없이 나를 낮출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세상에 부처 아닌 것이 없으며, 나 또한 부처임을 상기한다면 자비는 넘쳐날 것이다.


1개월간의 출가. 그들은 마음을 비우고 거울을 깨끗이 하고자 절문을 들어섰을진대 그 마음 속에 자비심을 가득 안고 돌아가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도반의 출가의 의미. 그의 출가는 곧 실천이었다. 라는 자막은 이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출가 졸업후 자원봉사를 지원한 그 도반은 출가의 첫 발을 내디딜때부터 이미 깨달음의 세계에 한발 내디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아우성쳐도 정막의 세계에 있던 사람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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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유 2004-11-2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부분만 잠깐 봤는데,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님의 글도 그렇고요...

하루살이 2004-11-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상자 속의 세상에서 때론 큰 배움을 얻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