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소년이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 구단의 어린이 야구단이 된다. 이 시절 프로야구는 정말 아이들에겐 꿈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삼미는 최다 연패와 최저 승률 기록 등 전무후무한 오점의 기록들만을 남긴다. 소년은 이것에 상처를 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이 기록들이 오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네 보통 인생들 자체가 승률 2할을 넘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정 삼미는 보통의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그대들은 프로가 되려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정말 이책은 책의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끝까지 절대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며, 특히 개인적으론 책의 끝부분에 펼쳐지는 삼미의 팬클럽과 올스타 팬클럽 사이의 경기 장면 묘사가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치기 힘든 것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251쪽)를 이 시합에서 그대로 재현해낸다.  정말 이 부분에선 박장대소 그 자체다. 울음이 터져나올만큼 실컷 웃는라 책장을 넘기지 못할 정도다. 이런 재미와 함께 책은 절대 근엄한 표정을 짓지않고 웃음을 띠우며 넌지시 묻는다.

그대, 당신은 <어쩌다... 프로 따위가 된거지?>(222쪽)

이 질문이 무슨 뜻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한번 들쳐보기로 하자.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기간을 팔고 있기 떄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265쪽)

흔히 우리는 직업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프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능력을 발휘하고 창조해내는 일. 그리고 그것에 걸맞는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 프로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느닷없이 다가오는 허무감. 도대체 지금 난 어디에 서 있는거지? 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들은 알게된다 지금 내가 돈을 받고 팔고 있는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젊음이었고, 나의 삶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한번 묻는다. 도대체 어쩌다 난 프로따위가 된거지?

불가능할 듯 보이는 시간외 근무를 척척 해내고, 휴일에도 일에 파묻히고, 능력 밖이라 생각되는 프로젝트도 기어코 어떻게든 이루려는 시도들 속에서 난 어디에 서 있으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프로가 존중받는 사회 속에서 왠지 프로가 되지 않으면 낙오자로 남을 것 같은 두려움. 꼴찌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항상 앞에 서기 위한 필사의 노력들. 그래서 삶은 즐거웠던가? 행복했던가?

작가는 말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고.

100분 동감하면서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만약 프로가 아니었다면 마이클 조던도 타이거 우즈도 호나우두도 우리는 못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이들의 행위는 예술의 경지며, 이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임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을 흉내내면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프로가 아니었더라도 그런 최고의 경지를 보여줬을까? 그리고 이들을 보지 않고 나 스스로 직접 경기를 해보는 것이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큼 재미있을까? 분명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프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얽매어 놓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때론 그 프로라는 이름으로 인하여 자신의 숨겨진 부분을 모두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작가가 말하는 프로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한 풍자로 보여지지만 말이다.

치기 힘든 공을 치려하고, 잡기 힘든 공을 잡으려 하는 속에서 느끼는 쾌감은 없었던 것일까? 만약 사는게 속지않고 즐겁게 살 때의 기쁨과 어려운 것을 해낼 때의 기쁨 중의 선택이라면.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재단한 것일까?  어려운 것을 해내기란 정말 힘들며 또한 즐겁게 산다는 것은 별종 취급 받기 딱 십상임을 상기해보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결코 쉬운 길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장에서 잡기 힘들고 치기 어려운 것을 해내려 하지않고 즐겁게 뛰어다닌다는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면 분명 프로<따위>는 피해갈 법도 할만하다. 프로가 아름답다고 아무리 유혹해도 그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니까. <프로>는 있는데 <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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