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첫 장면 카오스 이론에 대한 자막이 떠오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영화가 무게를 잡기 위해서 괜한 짓거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카오스 이론에 대해서는 '쥬라기 공원'에서도 나온다. 손바닥에 컵 속의 물을 뿌리면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간이 뜻한대로 공룡이 동물원 속에서 단순히 구경거리로만 있지않은 이유임을 설명한다. 또 하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라는 영화에서도 초반부 카오스 이론에 대한 말없는 설명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우연히 떨어뜨린 깡통인지 무엇인지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전혀 예상치 못한 거대한 사고를 일으킨다.  

이 영화에선?

과거의 한 장면을 바꾸면 그것이 현실을 뒤바뀌어 놓는다. 누군가의 희생을 막기 위해 또다시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지만 운명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그래서 결국 어떡할까?

그런데 이 영화의 소재가 어떤 영화와 너무 닮아있지 않은가?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서 과거로 여행을 다니고, 과거에서 우연한 사건이 미래를 바꾸고. 바로 '빽 투더 퓨처'와 너무 닮아 있다. 이 영화는 나비효과와는 달리 스릴러적 요소는 없고 오히려 코믹적 요소와 멜로적인 맛이 가미되어 있다. 그리고 이 소재에는 바로 이런 경쾌함이 어울린다. 그리고 오히려 이 영화에서 소개하는 하나만의 세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뒤틀려진 과거와 맞물려진 현실의 세계가 각각 존재함으로써 세상은 하나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 아니면 차라리 '터미네이터'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운명을 개척해버리는건 어떨까? 다시는 돌아갈 필요가 업게 말이다.

나비효과라는 제목이 가져다 주는 혼돈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자리엔 어정쩡하게 서 있는 운명의 그림지만이 남아 있다.

더 이상 운명을 바꾸려 하지 마라

와 닿지가 않는다. 잃어버린 과거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고, 그 과거는 일기장을 읽으면서 찾아지고, 그리고 그 잃어버렸던 과거의 사건들이 바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것은 오히려 치명적인 사건을 망각하고 그것이 무의식속에 잠재해있다 어느 순간 느닷없이 현실에 들어와 뒤죽박죽되어지는 이야기들보다 재미없다. 과거로 한번 만 더 돌아가면 정말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만큼 딱 절묘한 순간에 다행히도 감독은 돌아가기를 멈췄다. 이것만은 칭찬해 줘야 할 대목일까?

액션도 스릴러도 멜로도 드라마도 모두 한발씩 걸쳐 있어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지 못해버린 영화. 카오스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은 충족되지 못하고 빈곤한 상상력만 가득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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