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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덫
장하준 지음 / 부키 / 2004년 8월
평점 :
서구 선진국과 같은 주주 중심의 기업, 출자총액 제한의 도입으로 대기업은 배당액을 늘리고, 자신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줄인다. 투자가 줄어듬과 동시에 실업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설비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듦으로써 미래의 경쟁력 또한 떨어질 것이다. 서구 특히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원하는데 실상 미국 또한 기술개발비에 정부가 엄청난 원조를 하고 있으며 유럽의 선진국, 특히 핀란드나 노르웨이 등은 토지의 국유화, 복지를 위한 세금 등 정부는 전혀 그 사이즈를 줄이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의 경우는 재교육이나 복지 측면에서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늘려왔지만 서구의 경우엔 오히려 노조의 활성화나 탄탄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게 사실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대한 비난이 크지만 이렇게 다양한 사업확장은 위험을 분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을 개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분명 현 정부가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나 그 내용이 정말 진보적인 것이냐는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현 정부는 진보라는 이미지를 갖고 태어났기에 그 이미지에 걸맞는 개혁인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없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현 정부는 연착륙을 시도하지 않고 과거와의 절연을 통한 급격한 개혁을 시도한 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진보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분명 보수적인 제도이며 현 개혁이라는 것이 빈부의 격차를 더 벌임으로써 노동자를 위한다기 보다는 자본가, 경영자를 위한 것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지금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차분한 성찰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에 일견 설득당하고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내세우고 있는 다양한 자료 덕택이다. 특히 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와 영국과 미국의 실태,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 대한 실증적 자료는 그의 논리를 탄탄하게 만든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들이 언론에서 취사선택되어지거나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만 얻을 수 있는것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용납되어지지 않는 재벌에 대한 인정 또한 여러가지 자료를 통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튼 진보적이라 믿었던 정부의 제도들이 실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를 분노케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유연성만을 강조하는 작태에 대해선 그 피해자들이 주위에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에겐 아직도 작은 정부 보다는 건실한 정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