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에 내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나요? 30대인 저로서는 대충 머릿속에 한 화면이 떠오릅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고, 그 앞에 아이(들)가 엎드려 있겠지요. 아마 애완견 한마리도 뛰어다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 꿈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은 따로 있죠. ㅡ아, 그런데 이건 정말 밝힐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한테 속엣말을 쏟아부을때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싶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한테 터 놓을 수 있는 것들. 영화 속에선 택시기사와 승객 사이에 이런 모습이 비칩니다. 택시기사인 맥스(제이미 폭스)는 택시몰기가 힘들어지면 몰디브라는 섬의 사진을 쳐다보며 하루에도 몇번씩 휴가를 갑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감추어진 모습을 처음 보는 여자 검사에게 털어놓죠.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임시직이며, 자신은 언젠가 리무진 렌탈업을 하겠다는 꿈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빈센트(톰 크루즈)에겐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죠. 똑같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왜 다를까요? 맥스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 이야기가 샜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도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꿈의 실현이 아니라 정직하게 10년 후의 삶을 그려보면 대충 잡혀오는 윤곽이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도 알게되죠. 그래서 사람들은 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실과 달라질게 하나도 없는 삶. 아무리 발버둥치고 열심히 살아봤자 제자리 걸음일게 뻔한 인생. 누구 하나 죽는다고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청부업자 빈센트의 말이 그냥 흘려듣기에는 가슴이 너무 아려옵니다. 죽일 대상이 누구인지 왜 죽여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서 죄책감 하나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그의 모습은 정말 차갑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한듯 보이는 빈센트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요?

우연히 만난 청부업자로 인해 10분 앞도 헤아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맥스는 그저 빈센트에게 끌려만 다닙니다. '너에겐 결정권이 없어' 실은 맥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무엇인가를 결정할때 순전히 우리의 의지만으로 결정한 적이 있었던가요? 이런 결정이라는 상황은 영화 속에서 계속 뛰쳐 나옵니다. 대로쪽으로 가야할지 지하철로 가야할지, 위층으로 가야할지 내려가야 할지, 문에서 내려야 할지, 남아야 할지, 맞서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 맥스는 계속해서 선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순간순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죠. 하지만 그렇게 끌려가던 맥스가 일대 반전을 갖고 옵니다. 빈센트의 말대로만 운전하던 택시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버립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가속페달. 순간 빈센트는 당황합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오직 자신의 뜻대로만 살던 그에겐 충격이었을 겝니다. 자신의 계획과 어긋나버린 순간, 통제의 끈을 놓치는 순간 그가 두려워한 것은 무엇일까요?

  LA 지하철 안에서 사람이 죽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는 빈센트의 말은 도시의 삶을 대변해줍니다. 마이클 만 감독이 보여주는 화려한 대도시 밤거리는 그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외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분명 빈센트는 살인 청부업자이고 영화는 권선징악마냥 그 끝을 맺지만 엔딩 자막이 오르고 나서도 음악에 취해 앉아 있었던 것은 극장 옆에 앉아 있던 사람 또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임을 자각하는 외로움 때문이었을까요? 영화 속에서 맥스는 계속해서 빈센트의 말을 인용하며 변해갑니다. 세상의 주변에서 머뭇거리던 그가 세상을 향해 걸어갑니다. 부딪혀 봅니다. 허무적인 빈센트가 오히려 맥스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10년 앞의 삶을 알아버린 남자가 10분 앞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은 어땠을 것 같습니까?

'상황에 맞춰 순리대로 가야죠' 정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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