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달려라 - 지식공작소 마라톤 7
존 빙햄 지음, 홍은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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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입문서는 굉장히 많다.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무척 고민된다. 그냥 한두권 정도의 책만 나와 있다면 몽땅 다 읽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속에선 몽땅이란 말은 불가능을 뜻해 버린다. 그래서 남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위주로 볼 수 밖에 없을터이지만 또 그것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엔 개인적 편차가 많다는 것도 감안해야만 한다.

이 책은 마라톤에 대한 과학적 자료나 준비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지는 않다. 즉 초보자의 첫번째 훈련은 무엇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또는 그 다음주 목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훈련해야 한다 등의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화의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냐에 따라 아스팔트용인지 흙길인지 나누어진다거나 쿨맥스와 드라이 피트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나, 눈이나 비가 올때는 어떤 장비를 지니고 있으면 좋다거나 등등의 설명을 원했다면 이 책은 그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준비물이나 훈련체계에 대해 한페이지의 정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정보는 정말 딱 필요한 그것만큼만 할 뿐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초심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구구절절히 하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구구절절히 설명하고 있는 것은 당장 밖으로 나가서 한발을 내딛으라는 것이다. 뛰는 것이 즐겁고 당신도 그 즐거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유혹, 못 뛰면 처음엔 걷고 그것을 절대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비록 내가 지금 걷고 있더라도 단지 1m를 뛰었더라도 러너임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는 것. 자신은 자신의 최상을 다하며 그것을 즐기면 될 것이지 꼭 절대적인 최상이 되기 위해-물론 누구나 최상이 될 수 없다.-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이봉주나 황영조가 될수는 없다. 뛰다보면 어떤 날은 기록이 저조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를 추월해 갈 수도 있으며 나의 외모나 뛰는 모양새가 왠지 손가락질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러너라면 이건 기우다. 러너는 러너들만의 동지애가 있고, 그들은 모든 시행착오에 대한 친절한 도우미들이다.

그래서 뛴다는 행위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며 그 과정에 겪는 굴곡은 바로 인생임을 이 책은 내내 주장하고 있다. 책을 덮는 순간 정말로 당신이 밖으로 한발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책이다. 오직 그 한발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그리고 정말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한발임을 책을 통해 우리는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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