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한자루 달랑 들고 건달농부의 농사 일기 1
장진영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귀농의 도달점과 출가의 도달점은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풍진세상에서 벗어나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러나 세상과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할수는 없는 삶. 그래서 일단 도시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아니다. 풍진세상이 아니라 그저 세상에 대한 적응에 실패해 도망간 것일련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곳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저곳에 대한 동경으로서의 발걸음일 수도 있다. 농촌의 삶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삶의 원초적 생명력과 풍부함을 느낄 수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또는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진정한 자기를 찾고 진리를 이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서 말이다.

어찌됐든 그 첫발이 조금은 겁나고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 첫발을 내디디게 한건 한가닥 희망이었을 것이다. 여기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 강화도로 이사를 가면서 농사라는 것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과거의 가르침을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러나 농촌의 삶은 그저 탄탄대로가 아니다. 결코 꿈도 낭만도 환상도 아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도 쌀을 재배하는 것도, 깊은 속 뜻을 가지고 유기농을 시작하는 것도 결코 나의 의지만으로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정책에 또는 하늘의 날씨에 모든 것이 한순간 무너져 버릴 수가 있다. 돈을 버는 농사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저 자급자족의 신선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삶은 오직 외길뿐이겠지만 결코 평범한 이들의 길은 아니다. 그래서 길을 떠나는 것도 새 길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간 농촌이 꼭 험난한 가시밭길만은 아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힘을 주는 사람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 덕에 그곳은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지만 따뜻함을 여전히 지닌 아름다운 곳이 된다.

어렵지만 참을만한 곳. 아니 참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 그곳을 우리는 끝내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얼치기 농부의 고단한 삶이 안쓰러우면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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