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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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책은 <두려움과 떨림>이후 두번째다. 첫번째로 봤던 두려움과 떨림에 대한 인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걸로 보아 그다지 큰 감동을 주지 않았던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자의 건강법>을 보게된 사연은 아무래도 알라딘의 광고탓(?)이지 않나 싶다. 물론 알라딘 이외에도 이 책에 대한 소개는 그야말로 칭찬 일색이었으니...

어쨌든 큰 기대를 않고 보게 된 책을 정말 순식간에 읽어제쳤다. 등장 인물들간의 대화가 워낙 재미있을뿐더러 추리소설마냥 끝을 맺어가는 사건의 반전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의 본래 목적이 프랑스 현대문학의 조류에 대한 비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프랑스 문학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읽힐 수 있는 재기발랄함을 곳곳에서 느낀다.

특히나 개인적으론 타슈라는 작가의 독설에 '죽음'을 맞이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통쾌함을 맛보고, 또다시 기자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던 작가 자신이 남다른 기자 니나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극한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낀다. 독설이란 분명 상대방을 죽이는 무서운 말이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선 그저 오락속의 전투일 뿐이다. 독설이 더 강렬하면 강렬할 수록 더욱 더 강한 무기를 가지고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오락 속 캐릭터마냥 흥미를 더해준다. 더군다나 그 독설이란 것이 상대방의 허위라는 방패를 깨뜨리고 있을때는 더욱 그렇다.

인간을 미워할 이유는 무수히 많다오. 내 생각에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허위요.(P81)

작가의 말에 동감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허위라는 것 속에 감싸여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의 독설과 궤변들이 재미있다. 하지만 책의 대화가 모두 독설과 궤변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니나는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진정 책을 읽었다는 것은 변화를 의미해야 한다. 책을 받아들이는 입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그 차이만큼의 변화 또한 서로간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번 웃거나 또는 울기 위해 읽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예외로 치자. 이미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자신의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의 의견에 공감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어야 하겠지만. 만약 소설 속 타슈라는 작가의 책을 읽었다면 독자는 구토를 일으키거나 인간에 대해 혐오하거나, 등등... 작가를 만날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을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면서 읽은 체하고, 아는 체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은 시대엔 더욱 이렇게 있는척, 아는척 하기가 편하다. 요약되어 있는 정보들이 자판만 몇번 두드리면 눈앞에 펼쳐지니까 말이다. 그런 허위의 벽은 독설에 의해 무참히 깨진다. 그리고 깨어져 마땅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허위의 벽이 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요, 어떻게 하면 허위라는 벽을 새롭게 만들지 않을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있는 '척'하고)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유쾌한 독설로 가득찬 재미난 책임에는 틀림없다.

천재인마냥 자신이 최고인마냥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마냥 생각한 것들이 자신에게 직접 닥친 일들로 인해 산산히 부서져버리는 경험.

때로는 폐허 속에서 꽃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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