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의 만화를 봤을땐 최배달의 무예에 감탄하고 그 인생역정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배우는 무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인생에 대한 교훈으로도 이어진다. 이것이 영화로 표현되어 졌을때 과연 최배달은 어떤 인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것도 양동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라면...

최배달은 분명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가 아니다. 양동근의 복수라는 캐릭터는 너무나 강렬해서 그의 연기 곳곳에 어느 순간 묻어나온다. 이것이 꼭 해가 될 수 없는 것이 자신이 맡은 인물들에겐 어느 정도 이런 경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배달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배달이 복수의 이미지를 조금 갖고 있어도 오히려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분명 액션영화임ㅡ이것은 나 개인의 생각 또는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ㅡ을 생각해보면 도대체 영화의 본분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액션영화가 꼭 영화 대부분의 시간을 액션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액션 영화의 백미는 분명 액션에 있다. 그리고 모든 영화의 요소들과 내러티브들이 이 백미를 위해 집중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바람의 파이터>는 액션을 위한 드라마가 되기 보다는 드라마와 액션이 따로 논다. 초반 드라마 후반 액션, 그런데 이런 구분이 오히려 이 영화가 액션 영화였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드라마라는 것이 그의 인생역정을 제대로 소화해내지도 못할 뿐더러 멜로적 요소를 들여와 순수한 사랑얘기마저 해대려고 하니 힘을 잃고 만다. 거기에다 액션이라는 것도 그 숨의 길이가 너무 짧아 극도의 긴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아마도 최배달의 극진 가라테라는 무술의 특성상 한번의 손짓과 발짓으로 끝나버리는 경향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가 도장깨뜨리기를 시도해가는 과정마저도 이런 급박한 호흡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이루어지려다 도중에 끝나버리는 것같은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반면 정태우의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의 인물이 주는 극 전개상의 긴장 완화는 분명 웃음을 전달해주지만 영화 전개상 긴장의 강도가 강럴하지 못한 관계로 그의 웃음도 빛을 잃게 된다. 액션이 보다 강렬했다면, 그리고 그 거친 호흡이 강약을 조절해 끊임없이 이어졌다면 그의 눈물도 웃음도 보다 가슴깊이 다가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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