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가면 특별한 식단이 있다
정세채 지음 / 모색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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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가면 특별한 식단이 있다.

무슨 특별한 식단이 있을까? 그리고 왜 산사라는 곳을 택했는가?

아마도 우리는 산사속의 고승을 떠올리며 그들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린 사람들, 마치 신선들마냥 여기고 그들이 뭘 먹었기에 그렇게 산속을 나는듯이 걷고 맑은 정신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분명 이 책은 고승들의 이야기를 전설마냥 신화마냥 신비스럽게 풀어헤치고 있어 그런 이미지에 어느정도 부합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식단이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그저 주변의 살아숨쉬는 생명력을 이용한 단순한 먹거리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먹거리들을 찾아서 많이 먹는다기 보다는 일일일식과 같이 소식한다는 사실이다. 즉 좋은 것을 찾아 기어코 많이 먹어치우겠다는 생각은 그 생각자체만으로 이미 특별함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다만 헬렌 니어링과 같은 소박한 밥상인듯 보이지만 산사의 최고식으로 여긴 죽이라는 것이 엄청난 시간의 공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소박하지 않은 소박함으로 여겨진다. 즉 특별한 음식이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을 기본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속에 나왔던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에 조금 참담해진다. 소식의 삶을 살았던 고승들의 참뜻을 저버리고 건강이라는 또 하나의 욕에 휘말려 앞뒤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찾다니... 특별함은 결코 특별하지 않음을 그리고 그 특별함은 오로지 이 세상이 너무 뒤틀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별함임을 깨우치며 공기속의 밥을 한숟갈 덜어낸다. 내 마음의 욕도 한숟갈 같이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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