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 모기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잡니다. 문장군이라는 말대로 정말 용맹스러운 그의 날갯짓에 제 몸은 너무 괴롭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피를 빨러 오는 놈. 잠자리에 눕는게 두려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어젯밤.

자리에 눕는 순간 눈이 먼듯한 느낌이 듭니다. 창문 사이로 둥근 달이 떠 있더군요. 얼른 달력을 들춰봅니다. 내일이 보름이더군요. 원래 잠자리에 들때면 항상 라디오를 켜 놓거나 CD를 들으며 잠을 청했는데 오늘은 그냥 눕습니다. 오직 정적만이 흐릅니다. 다른 때 같으면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기겁을 하며 라디오 볼륨을 높였을텐데 왜 이리 조용한지... 보름달은 사람들에게 아는듯 모르는 듯 영향을 끼치는가 봅니다.

시간도 정지하는듯. 그러나 달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점점 오른쪽으로 움직이던 달이 이내 건물 뒤로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달빛은 아직 제 창가에 남아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주 오래전 오대산서 눈빛을 반사하던 그 달빛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도시에서 느끼는 이런 적막감과 황홀한 빛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추석이나 설때 보는 커다란 달보다도 오히려 더 다정다감합니다. 우수나 외로움, 고독 따위가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마치 득도한 마냥 몰아의 경지에 있는것 마냥 공중부양한 것 마냥 삼매에 들어있는 것 마냥 그런 것 마냥. 이대로 눈이 멀어도 좋을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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