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구 <시간의 빛>중

밤은 고슴도치 모양으로 서슬 푸르게 열매를 지킨다. 그러나 다 여물면 스스로 벌리고 알밤을 내어준다. 다 익을 때까지만 접근금지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이렇게 속내를 보이는데 너도 적어도 이만큼은 보여줘야지' 하면서. 하지만 끝끝내 쉽게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마도 밤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다 여물었을때 접근금지를 풀어주는 이들.

그러니 너무 닥달하지 말자. 그들이 스스로 가시를 걷어들일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리고 나도 가끔씩 나를 충실히 여물게 하도록 시간을 갖자. 그리고 다 여물었을땐 활짝 마음을 열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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