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8년만에 가톨릭으로 돌아왔다는 공지영. 그녀가 유럽으로 수도원 기행을 떠난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그렇게도 많은 생채기를 갖게 된 후에야 만나게 된 깨우침. 그녀는 이 수도원 기행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비록 깨달음은 아닐지라도 그녀가 느꼈던 것들에 대한 진정성은 그녀의 글을 통해 가슴 속까지 뼈저리게 전해져 온다. 진정성을 가진 글만큼 아름다운 글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의 수도원을 찾아 떠났지만 그녀가 만난 것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종교란 친절한 마음이라는 달라이라마의 말처럼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했다. 마치 천사들을 찾아 떠났던 여행인것처럼.

안주하게 되면, 편안하게 되면 우리는 처음의 신성함을 잃고야 마는 그런 약한 존재일지도 모르니까...(P103) 사람들은 평생을 구도의 자세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전에,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P166)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사랑해야 함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지.(P230)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을 향해 웃어주는 것이 최대의 기도이며, 좋은 걸 보면 생각나는게 사랑임을.

최근 기행서를 계속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산을 찾아 떠났던 나는 지금까지 무얼 한 것일까?

나는 산에서 미소를 배웠다. 그리고 친절을 배웠다. 다만 아직 사랑을 배우진 못했다. 좋은 걸 보면 생각나는 것, 머지않아 나도 진정한 여행을 떠나야 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산을 벗어난 것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을 피하는 것만큼은 이제 슬슬 접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즉 나도 공지영의 항복과 다르지만 또다른 항복을 생각한다. 이젠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어하는 내 마음 한 구석의 웅크린 마음에게 밝은 햇빛을 보여주고 싶다. 수도원은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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