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정 시집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중 <곰국을 끓이다 보면> 중에서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러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꿇린 구멍은
진주가 박혀 있던 자리라는 생각도
---곰국은 오래 끓여야 제맛이다. 사람도 진국이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 어떤 품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 단순히 그 표면적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교언영색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 진주같은 눈물일 것이다.
그 진주를 알아보기 위해선 오래 오래 끓여야 한다. 오랜 시간 사귄 친구들, 그리고 변함없는 우정, 내게도 진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