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던가? 재작년이었던가? 요즘의 기억력으로는 확실하지가 않다.

순천의 조계산엔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다.  송광사는 조계종 3보사찰중 승보사찰로 규모가 엄청 크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으로 정말 아름다운 절이다. 특히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주치는 승선교라는 돌다리는 달력 사진에 꼭 등장하는 풍류가 넘치는 곳이다. 조계산을 종주하다보면 양 쪽에 위치한 이 두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가 있다.

아마 낙엽이 다 떨어져가는 늦가을이었던게 보다. 조금은 스산한 기운에 가을비도 살랑살랑, 어깨를 적신다. 선암사는 더욱 신비로워 보였고 나의 개인적 습성에 따라 꼭 절의 뒤모습을 보려 또박또박 길을 재촉한다. 남들은 잘 가지 않는, 그리고 잘 보지않는 절의 뒷모습. 난 왜 그곳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절 뒤에서 평온히 서 있는 소나무나 대나무, 동백나무들로부터 평온을 얻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웅전 뒤나 극락전 뒤에 감추어진 절의 세간살이 보는 재미도 빼놓을수는 없다.

 아무튼 그렇게 뒤로 돌아가는 길에서 인적이라곤 들리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일까? 누군가 갑자기 문을 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천국의 느낌. 한 아주머니 보살님의 환한 미소는 정말 부처님의 미소를 닮아있었다. 부처님을 보지도 못한 내가, 그리고 오직 부처의 상만을 대한 내가 어찌 부처님의 미소를 알겠는가마는 그 분의 미소는 바로 부처님의 미소라고 생각 아니 그냥 생각이전에 온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음속에 찾아드는 평화. 자비심이 주는 그 아름다움.

내 평생 잊지 못할 미소다.

혼자 걷는 나그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그 미소가, 싱그러운 가을 바람에 실려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기원한다. 아직도 가끔씩 나에겐 그 미소의 평온함이 내 몸에 남아 세상의 번민에 괴로워할땐 용천수처럼 솟아오름을 느낀다.

정말 그 보살은 부처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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