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민의 누드가 나온다며 시끌벅적했던 영화다. '한국에서의 청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라고 알려졌지만 벗은 몸이 꼭 야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지레짐작하곤 한다. 그리고 배우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오버하곤 한다. 벗은 몸과 이미지 굉장히 끌리는 화두다.
2.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 펼쳐진다. 영화 속 화면에 펼쳐진 설국은 '러브레터'의 풍경과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눈을 한아름 이고 있는 산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영화의 이야기나 구성 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 덮힌 산, 흐날리는 눈송이, 다리가 푹푹 빠지면서도 눈 속을 걸어가는 여인. 그곳이 일본땅이든 한국땅이든 또는 알프스이든 꼭 가보고 싶다.
3. 왜 나는 그토록 눈에 미쳐하는가? 눈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가?
4. 눈은 욕심이 없다. 자신이 내려서야 할 곳을 골라서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새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다 바꾸어 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 풍경을 끝끝내 고집하지는 않는다. 햇볕을 받으면 자신을 녹여 원래의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햇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선 꽁꽁 언 얼음이 되어서 차디찬 마음으로 세상에 미련을 남긴다. 그 차디찬 마음에 사람이 또는 차가 미끄러져 다치곤 한다. 그러나 얼음은 투명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따뜻한 곳에선 녹아내리고 차가운 곳에선 투명한 눈은 그 차갑디 차가운 손으로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때론 성난 폭설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도 하고, 내린듯 안내린듯 살포시 내려와 어느새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눈. 바람과 친구가 되어 함께 내릴땐 거부하고 싶고 혼자서 천천히 내릴땐 손으로 받아주고 싶은 눈....
5. 사업에 실패하고 죽음을 각오한 채 찾아온 온천마을, 그러나 중년의 남자는 죽지 않는다. 자신의 연인을 눈 앞에서 잃으면서도 꿋꿋이 살아온 게이샤의 청순한 사랑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게이샤는 비로소 죽을 힘을 얻는다. 죽음으로써 연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눈물을 삼키면서도 견디고 살아야 한다는 남자의 말은 실은 자신을 향한 말이었을 게다.
눈이 따뜻한 햇볕에 녹듯 죽음도 그렇게 따스한 가운데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