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인셉션은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킨다. 나비 꿈을 꾼 장자가 나비였던 것이 꿈인 것인지, 지금 사람으로 있는 것이 꿈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이런 호접몽 같은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남의 꿈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생각을 훔쳐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바로 이 부분에서 호접몽을 떠올릴 수 있겠다.) 꿈속의 꿈, 그리고 다시 그 꿈속의 꿈으로의 침입.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그냥 화면을 쫓아가다 보면 크게 혼돈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꿈 속에서 그 사람에게 생각을 심어준다. 그 생각은 작은 씨앗이 되어 점차 커지더니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행동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감독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지 아닐까 싶다.  

꿈과 무의식은 이성의 시대를 고하는 한 부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군가 어떤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감성적 측면의 작용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잠재의식이나 무의식 속에 감추어진 것들이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또는 이성의 작용을 도움받아 행동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은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그 사람의 감정적 측면을 건드린다. 가령 아버지와의 관계를 파악해 무의식 깊숙히 들어가 새로운 감정을 심어줌으로써 원하는 행동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생각을 교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건드리는 추억.기억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무의식의 세계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나의 감정선을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동은 크게 변할 수 있다. 머피의 법칙에 따를 것인지, 샐리의 법칙에 따를 것인지는 이성보다는 감성적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사고를 바꾸려 노력하기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을 바꾸려는 노력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의지가 박약함을 한탄하기 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뒤바꿔보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팽이를 보여준다. 호접몽과 같은 상태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주인공의 '토템'이 바로 팽이다. 팽이가 멈추면 현실이고, 계속 돌면 꿈이라는 설정.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팽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이 맞이한 해피엔딩은 꿈일까 현실일까.  

아, 팽이야, 그대로 쓰러져다오. 나도 모르게 애타게 소망해본다. 죄책감에 시달렸던 주인공의 평온한 엔딩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꿈인들 어쩌랴. 차라리 그 꿈속에서 깨지 말기를.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선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이란 없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