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을 육박하던 아기의 백혈구 수치는 6만으로 떨어졌다 다시 7만으로 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혈액 성분을 검사해본 결과 악성을 띤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음번 혈액검사에서는 수치가 뚝 떨어져 2만 5000까지 내려왔다. 거의 정상치에 가까워졌다.
1.39kg이던 몸무게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초반엔 더 떨어졌다. 1.2kg대의 몸무게는 그야말로 애처로웠다. 갈비뼈가 앙상한 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도 차근차근 영양제와 모유를 먹으면서 살이 붙기 시작한다.
손가락 발가락이 너무 길어보였던 아기가 살이 차 오르기 시작하자 이젠 도리어 짧게 보일 정도다. 손가락이 길어 피아노라도 가르쳐 볼까 하던 농담이 어느새 무색할 정도다. 처음엔 움직임이 너무 활발해 걱정이 되더니 요즘엔 잠만 청한다.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하던데. ㅋㅋ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선수로 키울까 상상력을 키워본다. 믿거나 말거나 벌써 뒤집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백혈구 수치가 좋아지면서 마음이 놓이니 몽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조그만 움직임 하나에도 눈길이 쏠린다. 인공 호흡기를 떼고 산소를 주입하다가 떼보기를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다. 워낙 태어난 주수가 짧다 보니 무호흡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도 하루에 대여섯번 하던 무호흡도 한두번으로 차츰 나아지고 있다.
무호흡이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숨쉬는 건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근육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숙아들은 간혹 숨 쉬는 걸 잊어버린다. 하루에 몇 번이라는 숫자로만 듣던 무호흡. 그런데 아이를 보던 중 오르락내리락 하던 가슴이 움직이질 않는걸 직접 보니 내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다. 맥박은 계속 뛰고 있는데 호흡이 없다니... 간호사가 와서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가슴을 쓰다듬는다. 조그만 자극에도 아이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런 무호흡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있다면 아마 퇴원은 힘들 것이다. 하루 종일 아이만 쳐다보고 있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숨쉬기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아이가 깨우쳐 준다.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스러운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아이는 천사다.

인공호흡기는 뗐지만 아직 산소를 흡입하고 있는 우리 아기. 빨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어 빨대로 위까지 모유나 영양제를 보내고 있다.